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경주견 그레이하운드 ‘멈추지 않는 비극’

등록 2021-06-28 15:57수정 2021-06-29 13:15

[애니멀피플]
영국 내에서만 400마리…200마리는 경주 중 사망
과잉 번식, 부상, 안락사 등 학대로 철폐 목소리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로 유명한 ‘그레이하운드’는 경주 산업을 위해 과잉 번식되고, 경기 중 부상 당하거나 안락사 당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코먼즈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로 유명한 ‘그레이하운드’는 경주 산업을 위해 과잉 번식되고, 경기 중 부상 당하거나 안락사 당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코먼즈
질주 본능이 있는 개들은 경주를 하면서 즐거울까? 반려견 운동장을 누비는 개의 몸짓은 행복해 보이지만, 경주견으로 태어나 트랙을 달리는 ‘그레이하운드’의 삶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영국 내 개 경주산업으로 희생된 그레이하운드가 400마리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 중 200마리는 경주장 내에서 사망했다. 이는 코로나 락다운 이전인 2019년 207마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에서 진행된 경기는 약 4만 회였다. 경기가 열린 횟수는 코로나 이전시기에 3분의1 수준이었지만 트랙 안에서 희생된 개의 숫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사망한 경주견은 총 411마리로 2019년 710마리보다 줄긴 했지만, 동물권 활동가들은 이 수치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경주에서 개들은 코스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트랙에 부딪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사진 픽사베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경주에서 개들은 코스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트랙에 부딪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사진 픽사베이
잔혹한스포츠반대연맹(League Against Cruel Sports) 닉 웨스트 선임활동가는 “코로나로 경기의 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비극적으로 증가했다. 이 모든 것이 저렴한 오락과 그레이하운드 경주산업의 이익 때문이다. 그레이하운드 산업은 본질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제 경주를 금지하고 개들이 진정한 동물복지를 누릴 수 있는 가정을 찾아줘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앞서 영국 그레이하운드위원회(The Greyhound Board of Great Britain·GBGB)는 2018년 한 해 1000마리의 개가 경주로 죽거나 안락사 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으나, 이러한 조치에도 경주로 인한 사망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라 불리는 그레이하운드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뛰어난 시력과 날렵한 몸매로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사냥과 여행에 이용됐지만 20세기 초부터는 주로 도박을 동반한 경주에 동원돼왔다. 90년대 이후에는 개 경주를 위해 사육되는 개들의 복지, 경주로 인한 부상 등의 이유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 운동이 일었다.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 호주지부(RSPCA Australia)에 따르면, 그레이하운드 경주 산업은 과잉번식과 부상, 높은 안락사 비율 등의 동물복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한 해 수천 마리의 그레이하운드가 경주용으로 태어나지만 최대 40%(약 7200마리)는 선수로 등록되지 않는다. 또 경주명을 얻게 되는 개들도 아예 출전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업자들이 뛰어난 개를 선별하기 위해 과잉번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폐견’들은 운이 좋으면 반려인을 찾기도 하지만, 많은 수가 반려에 적합하지 않아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미국 투싼의 그레이하운드파크에서 사육중인 그레이하운드. 미국 동물단체 GREY2K USA 갈무리
미국 투싼의 그레이하운드파크에서 사육중인 그레이하운드. 미국 동물단체 GREY2K USA 갈무리
경주견을 사육하는 켄넬에서 구조된 그레이하운드. 동물단체 GREY2K USA 갈무리
경주견을 사육하는 켄넬에서 구조된 그레이하운드. 동물단체 GREY2K USA 갈무리
경주견으로 발탁된 개들이라고 해서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개들이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짧다. 개들은 보통 1살 반에 경주를 시작하고 보통 2~5살에 은퇴한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부상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개들은 건강하더라도 안락사 된다. 정확한 통계는 발표된 바 없지만, 협회는 호주에서만 한 해 1만3000~1만7000마리의 건강한 개가 안락사 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개들은 경주를 하는 동안에도 심각한 부상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개들은 커브 구간에서 서로에게 걸려 넘어지거나 트랙에 부딪히며 다치거나 사망했다.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만도 평균 3일에 한 번씩 개들이 트랙에서 사망한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개한 부상의 사례는 참혹하다. 달리던 개가 레이스 도중 목이 부러져 안락사 되고, 트랙에서 추락해 사망하거나 개들끼리 서로 부딪혀 두개골이 부서졌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2016년 광범위한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경주 금지를 발표했었으나, 2017년 7월부터 약 3개월간 금지 했다가 경주를 재개했다. 현재 그레이하운드 경주는 영국과 호주, 미국 일부 주 등 8개국이 허용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1.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2.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3.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4.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5.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