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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살’ 여주 도살장 개들 왜 일부만 구출됐나

등록 2021-07-15 16:46수정 2021-07-17 11:01

[애니멀피플]
여주시, 60마리 중 15마리만 피학대 동물로 격리 조치
“시민이 어렵게 제보해도 개들은 도살되는 게 현실”
지난 7월9일 불법적인 전기봉 도살이 드러난 ‘여주 개도살장’에서 여주시·경찰의 적발 뒤에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7월9일 불법적인 전기봉 도살이 드러난 ‘여주 개도살장’에서 여주시·경찰의 적발 뒤에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동물해방물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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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도살은 멈췄지만, 개들은 도살장에 그대로 남겨졌다. 지난주 동물단체의 잠입조사로 전기봉 도살이 드러난 ‘여주 개 도살장’ 개들이 시·경찰의 적발 뒤에도 일부는 보호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도살 시설에는 60마리의 개가 있었지만, 여주시는 15마리의 개만 ‘피학대 동물’로 판단해 긴급 보호 조치했다. 나머지 45마리는 학대를 받은 동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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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마리 중 15마리만 ‘피학대 동물’ 격리

초복을 이틀 앞둔 7월9일 벌어진 일이다. 똑같은 도살의 위험에 처했을 개들은 왜 전부 구출되지 못했을까. 여주시에 긴급격리 조치의 기준이 무엇인지 문의했다. 여주시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15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도살장 적발 당일 수의사가 현장에 동행해 학대로 보여지는 개 15마리를 선별했다. 해당 도살장은 축산법상 개 사육농장으로 등록된 곳으로, 현장 조사 당시 동물학대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 고통이나 상해를 입은 개를 학대받은 동물로 보는 현행법에 의거해 보호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입조사를 통해 그러난 영상에서 수백 마리의 개들은 대부분 입이나 몸에 전기봉(전기쇠꼬챙이)이 찔려 감전사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잠입조사를 통해 그러난 영상에서 수백 마리의 개들은 대부분 입이나 몸에 전기봉(전기쇠꼬챙이)이 찔려 감전사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보호법은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8조 2항) 등 학대를 당한 동물은 ‘학대 재발방지를 위해서 지자체장(시·군·구청장)이 학대 행위자로부터 격리해야 한다’(제14조)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학대 동물의 기준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진다. 여주시는 동물보호법 제2조가 정의한 동물학대(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근거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성남 모란시장, 개 경매장 등을 조사해 숨겨진 도살장을 찾고, 동물학대 증거를 모아 어렵사리 고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여주시의 미비한 대처로 남겨진 개들은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는 다른 도살장으로 이동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학대 현장이 적발되더라도 학대자로부터 피학대 동물 긴급 격리 또는 소유권 박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며 ”활동가들이 어렵사리 도살자를 고발하더라도 도살자는 언제든지 현장으로 돌아가 개를 도살해 업소에 ‘개고기’를 팔 수 있다. 이것이 허술한 법 아래 개들이 처해있는 냉혹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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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법이 명확치 않아서…”

앞서 단체는 지난 7월9일 새벽 여주시 공무원, 여주 경찰 등과 함께 불법 도살이 이뤄지는 현장을 급습했다.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8개월간 해당 도살장에 잠입해 다수의 도살장면을 포착했다. 조사기간에 도살된 수백 마리의 개들은 대부분 입이나 몸에 전기봉(전기쇠꼬챙이)이 찔려 감전사했다. 또한 작은 철망에 구겨넣어진 채 운반된 개들은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됐다.(▶관련기사: [영상] 개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고통사’…개 식용 산업의 실체)

여주시청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여주시청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이는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적 도살이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8조 1항 1호)와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8조 1항 2호)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러한 도살과정을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여주시는 소극적인 입장을 표했다.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모든 개를 보호조치를 하고 싶어도 법이 명확치 않다. 불법적 도살도 피의 사실이 수사 중이라 어느 쪽에 치우쳐 처리할 수가 없다. 법이 명확하게 학대 장소의 동물 모두를 보호조치 하라고 정하면 고민이 없을텐데 현재 상황은 사유재산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앞서 9일 통화에서도 “업자가 추후 남아있는 개들을 도살하더라도 현재 법령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무력한 답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동물해방물결이 이항진 여주시장에게 남겨진 개들의 보호 조치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여주시는 “시장님 일정이 빠듯하다. 담당부서에서 성실히 답하겠다”는 답변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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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시설 자체가 학대 장소”

이러한 상황은 동물단체의 도살장 적발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 설문동 도살장을 고발한 동물단체 카라는 현장 적발 이후 전체 개들을 다 구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김현지 카라 정책국장은 “도살시설 자체가 학대 장소다. 장소에 있는 동물을 모두 피해동물로 인정해 보호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이미 상습적인 위법행위가 벌어졌고, 범법이 예상되는 현장인데 개식용 산업에 있어서 유독 법 집행이 관대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9일 경기 여주시 개 도살장 적발 현장. 당시 현장에 있던 개 60마리 중 15마리만 피학대 동물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7월9일 경기 여주시 개 도살장 적발 현장. 당시 현장에 있던 개 60마리 중 15마리만 피학대 동물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한편, 수사를 진행 중인 여주경찰서 관계자는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사람이라면 신변보호 조치나 분리를 하게 되겠지만 (동물의 경우) 현재 법령상 한계가 있다.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개들을 범죄 현장의 증거로 확보할 수 없느냐는 물음에는 “죽은 개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있지만, 살아있는 개가 증거로 수집한 사례는 없다”고 답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식용 산업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여주시 도살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된다고 하더라도 개들은 다른 곳에서 불법적으로 도살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인 개도살 금지법 제정과 개식용 철폐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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