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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위해 죽는 은퇴 경주마…“상금 3%를 은퇴 자금으로”

등록 2022-02-09 18:31수정 2022-02-24 15:31

[애니멀피플]
은퇴 경주마 복지체계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동물자유연대 “동물 이용한 수익, 동물에게 돌려줘야”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던 말 ‘까미’의 죽음으로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삶이 드러난 가운데,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하자는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던 말 ‘까미’의 죽음으로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삶이 드러난 가운데,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하자는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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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던 말 ‘까미’의 죽음으로 퇴역 경주마의 열악한 삶이 드러난 가운데,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하자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서는 해외 말 복지 시스템에 대한 사례분석과 더불어 경주마의 상금 일부를 한국마사회가 은퇴 자금으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동물자유연대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과 함께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대한재활승마협회 김정현 이사,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 필립 샤인 정책부 수석연구원, 한국마사회 김진갑 보건총괄담당이 발제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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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경주마 예외없이 ‘비참한 죽음’

위성곤 의원은 개회사에서 “한국마사회가 2014년 말 ‘말 복지위원회’를 구성하고 2017년에 ‘말 복지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실제 경주마에 대한 복지 향상은 의문”이라며 “시의적절한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경주마의 복지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정현 이사는 ‘국내 경주마 현황 및 복지시스템 과제’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은퇴한 경주마는 1만7298두로 이 가운데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으로 재훈련을 받은 말은 단 14두에 불과했다. 전체 퇴역마의 0.08%에 불과한 수치다.

‘국내 경주마 현황 및 복지시스템 과제’. 김정현 이사 제공
‘국내 경주마 현황 및 복지시스템 과제’. 김정현 이사 제공

그는 특히 경주마 두 마리의 사례를 들어 말들이 경주 성적과는 관계없이 은퇴 뒤 예외없이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고 전했다. 경주마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기쁨’(가명)은 6살 나이로 은퇴 뒤 여러 승마장과 장애물 경기에 투입되다 무리한 연습 탓에 반복 골절을 당한다. 10살이 넘어서 지방 교육기관에 헐값으로 팔렸으나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방치되다 체험승마용으로 되팔리고 결국 16살에 어딘지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폐사했다.

국내 최정상급 명마로 평가받던 ‘승리’(가명)도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미국 경주마 육성목장에서 태어나 외국경주까지 총 51회의 경주에 출전했던 승리는 19번의 우승 기록과 함께 수득 상금이 10억에 달하는 말이었지만, 10살 은퇴 뒤 승마장 등을 전전하다 폐사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러한 은퇴 말 관리는 경주마 복지 제도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해외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김정현 이사는 “영국은 ‘퇴역 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국과 홍콩 역시 퇴역 경주마의 복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은퇴 뒤 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며 “우리나라 역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복지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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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퇴역 경주마 관리 모범이 되는 법

이어 발제를 이어간 필립 샤인 페타(PETA) 정책부 수석연구원은 한국 마사회에 경주마가 벌어들인 상금의 3%를 퇴역 자금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샤인 수석연구원은 지난 2019년 페타가 폭로한 제주시 축협의 말 학대 현장을 직접 조사했던 잠복 활동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 경주마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번식시켜 ‘잉여’ 말들을 생산하고, 은퇴 뒤에는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동물권단체 페타는 지난 2019년 제주시 축협 도축장 앞에서 구타 당하고 있는 퇴역 경주마들의 모습을 폭로했다. 페타 제공
국제동물권단체 페타는 지난 2019년 제주시 축협 도축장 앞에서 구타 당하고 있는 퇴역 경주마들의 모습을 폭로했다. 페타 제공

그는 앞서 폭로 영상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경주 뒤 3일만에 도축된 ‘케이프 매직’과 미국 내 챔피온이었던 ‘매니피’가 국내로 팔려와 1000마리 이상의 자마를 생산한 번식마가 된 사례를 들었다.

샤인 수석연구원은 “오늘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마사회를 비난하고 부끄럽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재정적인 방법으로 한국이 ‘K-크루얼티’에서 국제적인 퇴역 경주마 사후관리 모범이 될 수 있다”며 “상금의 3%를 퇴역마 관리에 배정하라”고 제안했다. 한편 샤인 수석연구원은 최근 퇴역 경주마 ‘까미’의 죽음을 염두에 둔 듯 ‘말(동물)을 영상촬영 제작에 출연시킬 경우 페타의 권장사항’을 발제문에 첨부했다.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다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말은 퇴역한 경주마였다. 카라 제공
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다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말은 퇴역한 경주마였다. 카라 제공

한국마사회 말보건원 김진갑 부장은 한국마사회가 추진 중인 말 복지 사업과 중장기 전략 등을 설명했다. 김 부장은 “마사회는 2014년부터 ‘말보건복지 위원회’를 구성하고 말 복지 증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으로 실질적인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체계적인 복지 프로그램이 가능하려면 마사회 뿐 아니라 정부와 유관기관의 협력과 입법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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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복지와 말고기 산업 양립할 수 없어”

패널토론에서는 은퇴 경주마를 포함한 경주마를 법적으로 보호할 법안 마련과 마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 등이 제시됐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 박창길 교수는 “반려동물, 농장동물, 전시동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법령이 마련되어있는 반면 경주마의 복지를 위한 규정은 부재하다. 말을 보호해줄 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 김란영 교수는 “‘말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주는 사실 ‘죽음의 고장’이 되고 있다”며 “은퇴 뒤 경주마들이 고기와 펫사료로 이용되어서는 복지체계를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마사회가 경주마 복지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대신 로드맵 제시에 그친 것이 실망스럽다. 동물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그 수익을 동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샤인 수석 연구원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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