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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김정은 선물하고 문 대통령이 키운 ‘국유재산’ 개들의 운명은?

등록 2022-03-29 10:06수정 2022-03-31 18:00

[애니멀피플] 청와대 풍산개 거취를 둘러싼 4가지 논점
문 대통령 개인 소유 반려견 아닌 ‘국유재산’으로 등록
살아있는 동물 선물하는 전근대적 ‘동물 외교’ 사라져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 취지 살려 해법 찾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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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살고 있는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의 향후 거취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법에 따르면,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에 다른 반려동물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과거처럼 개들을 동물원이나 공공기관으로 보내야 할까. 개들 거취 문제는 현재 동물권을 둘러싼 다양한 논점을 담고 있다. 필자가 이 사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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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정책, 청와대만 예외인가

첫째, 살아있는 동물을 선물하는 동물외교(animal diplomacy) 관행은 중지되어야 한다. 동물을 국가 간에 선물하거나 교환해온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동물외교의 상징성은 국가와 정치 시스템의 현대화, 국제적 세력 균형의 변동, 동물 소유권 개념의 변화 등으로 인해 20세기에 들어 크게 변모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암수 한 쌍. 왼쪽 사진이 암컷 ‘곰이’, 오른쪽이 수컷 ‘송강’이다. 청와대 제공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암수 한 쌍. 왼쪽 사진이 암컷 ‘곰이’, 오른쪽이 수컷 ‘송강’이다. 청와대 제공

그러나 동물외교는 인간이 동물과 자연을 지배해온 제국주의적 관행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물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전근대적이며, 인간이 동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오늘날 대다수 세계 시민의 정서에 어긋난다.

둘째, 곰이와 송강이는 반려동물인가? 아닌가?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반려동물이 아닌듯하다. 그렇다면 곰이와 송강이는 어떤 존재인가? 청와대는 풍산개 2마리는 남북 정상회담 선물이므로 문 대통령 개인 소유의 반려견이 아닌 ‘국유 재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출산한 여섯 마리 새끼들도 ‘국유 재산’으로 등록되어, 일반인이 아닌 국가 기관 등으로 보내졌다. 그래서 청와대에 있는 동안에도 취임 당시 양산에서 데려간 풍산개 마루와 유기견 토리·유기묘 찡찡이는 대통령의 사비로, 송강이와 곰이는 청와대 예산으로 사료와 약값 등을 충당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2017년 6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했다. 청와대 공식 트위터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2017년 6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했다. 청와대 공식 트위터 갈무리

한 지붕 안에 거주하는 같은 종의 동물들도 이렇게 법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반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의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려견으로 규정되지 않은 곰이와 송강이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동물등록이 안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중성화가 안 되어 있음은 지난해 곰이가 두 번째로 출산했다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동물보호 정책에도 벗어나 있다. 청와대가 솔선수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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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면…

셋째, 개는 판다나 호랑이와 같은 야생동물과는 다르다. 중국이 자주 외교적으로 선물하는 판다의 경우, 멸종동물 보호와 보전 그리고 사육환경이 주요 사안이라면, 개는 사람과의 유대(Human-Animal Bond)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즉 사람과의 교감과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감하고자 하는 개의 본성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개를 개량하고 길들여온 결과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이 청와대에서 살든 시골집에서 살든, 장소는 중요치 않을 것이다. 대신, 누구와 함께 사는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송강이와 곰이가 애착과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들이 계속 바뀌는 시설이나 기관으로 보내진다면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7월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는 전남 순천시와 강원도 고성군, 경기도 오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에 분양됐다. 청와대 제공
지난해 7월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는 전남 순천시와 강원도 고성군, 경기도 오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에 분양됐다. 청와대 제공

넷째, 이렇게 따져보니 궁금한 게 있다. 지난해 말 법무부가 내놓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현행 민법에서 물건으로 분류된 동물에게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다면, 물건이 아니고 무엇인지, 어떤 동물에게 어떤 사항이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논의와 시행계획은 들어본 바가 없다. 전문가들은 별도의 입법이 없다면 동물은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받게 되고 법 개정이 당장 실생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물론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획기적이고 대대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추가 입법과 이를 위한 충분한 논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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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변화의 첫 발 떼주길

최근 한 방송국이 드라마 촬영에 동원된 말을 숨지게 한 사건이 국민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고, 울진 산불 발생 시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을 비롯하여 여러 형태의 동물학대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부쩍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 청와대 녹지원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에서 선물로 보내 온 풍산개 ‘곰이’가 출산한 자견들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양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 청와대 녹지원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에서 선물로 보내 온 풍산개 ‘곰이’가 출산한 자견들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양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동물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와 인식이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변화의 속도를 못 맞추고 있다. 이젠 때가 무르익었다. 정부가 자신 있게 동물보호와 복지를 위한 새로운 법과 정책, 제도, 문화를 정착해 나갈 때가 된 것이다. 필자는 ‘국유 재산’ 즉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곰이와 송강이의 딜레마를, 이번 민법 개정의 과정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도록 제안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개식용 문제 해결과 함께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하는 법안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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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송강이는 누구와 살길 원할까

동물이 아직도 외교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유는, 그 동물을 선물로 받는 국가의 국민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의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일이 생긴다면, 힘들게 수행한 외교적 노력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왕 선물로 받은 송강이와 곰이가 남북평화의 상징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반려문화 정착과 동물복지를 앞당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 시작은 송강이와 곰이의 거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누구와 살기를 원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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