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어린 펭귄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올해 1~3월 남극 탐사에서 촬영된 비에 젖은 새끼 아델리 펭귄들.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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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그린피스가 4월25일 세계 펭귄의 날(World Penguin Day)을 맞아 기후위기로 고통 받는 펭귄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새하얀 눈밭 위 부모에 기대 선 새끼 펭귄의 모습은 평소 남극을 떠올리는 대표적 풍경 중 하나다. 이런 상상과 달리, 단체가 25일 공개한 사진에서 새끼 아델리펭귄 두 마리는 깃털이 빗물에 젖은 채 애처롭게 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남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50여 년간 기온이 3도가량 높아졌다. 이로 인해 눈보다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져, 새끼 펭귄들이 비에 맞는 일도 늘어났다. 문제는 방수 깃털로 덮인 어른 펭귄과 달리 아직 방수기능이 떨어지는 솜털을 지닌 아기 펭귄들이 비를 맞으면 체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2020년 그린피스 남극 탐사 당시 리빙스톤 섬에서 발견된 젠투펭귄. 그린피스 제공
혹한의 바람과 빗물을 맞아 털이 젖은 새끼 펭귄들은 어른 펭귄이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려 생명을 잃을 위험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남극에 비가 자주 내렸던 2013~2014년 아델리펭귄 서식지에서는 펭귄 수천 마리가 동사해 발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로 인해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 또한 큰 문제다. 해빙 위에서 번식하는 펭귄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얼음이 사라지며 번식지를 잃게 됐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황제펭귄이다. 황제펭귄 2만 여쌍은 2016~2018년 3년 연속 번식에 실패해 결국 지난해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단체는 또한 지난 1~3월 두달간의 남극 탐사를 통해 기후위기로 펭귄들의 서식지가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탐사 결과 기존에 젠투펭귄이 서식하지 않았던 안데르손 섬에서 둥지 75개를 발견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펭귄들이 더 남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그린피스의 남극 탐사 당시 젠투펭귄은 엘리펀스 섬(위)과 리빙스톤 섬(아래) 등에서 발견됐으나 올해 탐사에서는 기존 서식지보다 210~280㎞ 더 남쪽에 위치한 안데르손 섬에서 발견됐다. 출처 구글지도, 그린피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젠투펭귄은 남극에서도 상대적으로 기온이 온화한 지역에 사는 종으로 안데르손 섬은 추운 기후 탓에 기존에는 젠투펭귄이 서식하기 어려웠던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 그린피스 탐사에서는 무려 둥지 75개가 발견됐다. 이전의 탐사에서 안데르손 섬에서 발견된 젠투펭귄 둥지는 단 한 곳뿐이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는 “펭귄들의 서식지가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남극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펭귄과 극지방 동물들은 번식과 생존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탄소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황제펭귄 서식지의 70%가 사라지고, 2100년에는 황제펭귄의 98%가 서식지를 잃어 멸종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