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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가둬놓고 ‘총살’…오산 미군기지의 잔혹한 길고양이 포획

등록 2022-05-24 14:38수정 2022-05-24 16:32

[애니멀피플]
지난해 6월부터 오산 공군기지 내 고양이 10마리 총살
국내 동물보호법상 ‘학대’…“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경기도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주한미군이 길고양이를 공기총으로 사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경기도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주한미군이 길고양이를 공기총으로 사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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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오산 공군기지 내에서 포획한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공기총으로 사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미군 오산 공군기지는 2021년 4월부터 영내 길고양이를 포획해 약물로 안락사 해왔으며, 이에 대한 군내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월부터는 고양이 10여 마리를 포획해 공기총으로 살해했다”고 폭로했다.
(※ 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체와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기지 내 유해동물처리반(PCM·Pest Control Management)은 비행기 활주로 안전과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한 조치라며 지난해 4월부터 부대 내 고양이들을 포획해 살생해왔다. 처음엔 약물 주사를 통해 안락사를 시행했지만, 6월부터 12월까지는 안락사 약물이 비싸고 수의사가 처리를 곤란해한다며 직접 22구경 공기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와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에서 포획틀 안 고양이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단체와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에서 포획틀 안 고양이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들이 애니멀피플에 제공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노란 고양이는 포획틀 안에 갇혀 있고, 그 앞에 총을 든 남성이 고양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고양이는 포획틀 안에서도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하도록 두 개의 판자로 가로막혀 있다. 이어지는 영상에서 고양이는 머리에 총을 맞은 듯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제보자들은 이러한 잔혹한 포획·사살에 대해 지난해부터 수차례 진정과 개선을 요구했으나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도 부대 내에서는 고양이 포획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포획 이후 고양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공개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고양이를 총기로 사살하는 것은 국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길고양이를 유실·유기동물로 분류하며(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 유실·유기 동물을 포획하여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를 금지(동물보호법 제8조 3항)하고 있다.

또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동물보호법 제8조 1항) 처벌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정하는 길고양이의 적절한 관리, 보호 조치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하여 포획 장소에 방사’(TNR)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포획된 길고양이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포획된 길고양이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그러나 국내법이 길고양이를 유실·유기동물로 보는 것과 달리 미군이 고양이를 야생고양이로 간주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방성 군해충관리위원회(AFPMB)는 군사작전 내 동물을 유기동물(Stray animals)과 야생동물(Feral animals)로 구분해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길고양이를 유기동물로 간주할 경우, 포획은 덫을 이용하거나 진정제를 투여하는 등 비살상적 방법을 우선해야 하고 사람이 물리거나 공격 받는 등의 위급한 비상 상황에서만 사살이 용인된다. 길고양이를 야생동물로 보더라도, 총살은 화학적 안락사를 할 수 없는 경우나 수의사가 없어 안락사가 불가능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검토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권유림 대표는 “오산기지의 길고양이 총살은 각각의 처리 지침를 교차 검토해도 절차상 규정 위반 가능성이 확인된다. 또 한미주둔군협정(SOFA)는 공무수행 혹은 미군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국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어 국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미군기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같은 ‘총살 처리법’이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부대도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오산기지 외 다른 곳에서 고양이들의 총살이 진행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군 내부에서 티엔알(TNR)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기도 하고, 집행 비용이나 정책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정부와 주한미군에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정부윤 운영국장은 “향후 미군 영내의 길고양이는 오산 공군기지가 위치한 행정구역인 평택시로 인계해 적극적인 티엔아르(TNR)를 실시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안을 건의 중이다. 정부와 평택시는 이에 대한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오산 공군기지뿐 아니라 국내에 주둔 중인 동두천, 성남, 대구, 왜관, 군산 등의 작전 지역 내 길고양이와 야생동물 처리 실태를 조사하고 일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포획된 길고양이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오산 공군기지 부대 내에서 포획된 길고양이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평택시 축산과 동물보호팀은 “지난 1월 오산 공군기지에서 길고양이 티엔아르 지침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자체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 지자체 예산으로 티엔알을 진행할 지, 자체 예산을 마련할 지 계속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고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한미군 오산기지 공보관은 23일 “올해부터는 총살을 중단했다. 작전 지역이기 때문에 비행기 활주로 등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길고양이들을 포획했다”고 설명했다.  애니멀피플은 해당 사진의 남성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살을 했는지, 현재 포획된 길고양이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추가 문의했지만 답변이 없는 상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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