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방랑 반달곰 ‘오삼이’ 추적기
4번째 탐방에 나선 반달곰 KM-53 보은까지 진출
“서식지 확대 반갑지만 야생성 잃을까 조마조마”
4번째 탐방에 나선 반달곰 KM-53 보은까지 진출
“서식지 확대 반갑지만 야생성 잃을까 조마조마”
‘오삼이’라는 별명으로 많이 알려진 반달곰 KM-53은 특유의 개척 성향으로 유명하다. 오삼이는 서식지를 탐색하며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반달곰 복원사업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을 벗어난 ‘콜롬버스 곰’ 지난 28일 오후2시 지난달 초부터 지리산 반달곰 케이엠(KM)-53을 쫓고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현장대응팀을 충북 영동군에서 만났다. 직원 4명은 물한계곡 주차장에 이르자 각기 수신기를 들고, 곰의 위치를 확인했다. “한낮엔 곰이 쉬고 있을 거예요.”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양두하 센터장의 말처럼 케이엠-53의 좌표엔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28일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에서 국립공원연구원 현장대응팀 직원이 KM-53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수신기를 조작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인간도 곰따라 24시간 추적 근무 곰이 백두대간을 타고 백여 킬로를 이동하는 동안 공단 현장대응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오삼이가 보은에서 발견된 5월 말부터 직원들은 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24시간 교대 근무에 들어갔다. 곰의 이동시간인 해뜰 무렵과 질 무렵, 밤에는 곰을 쫓고 낮에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 공존협의회체를 만나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반달곰 KM-53의 이동 경로. KM-53은 지난 5월27일 평소 활동권역인 수도산, 가야산, 덕유산에서 벗어나 충북 보은에서 발견됐다. 이후 6월27일부터는 다시 충북 영동 민주지산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6월28일 충북 영동군 물한계곡에서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양두하 센터장이 KM-53의 활동영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반달곰 사업을 진척시킨 ‘벌통 도둑’ 오삼이의 ‘말썽 에피소드’가 나오자 양 센터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곰이 농가에 입히는 피해를 보상하고는 있지만, 최근 반달곰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새 영역을 개척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오삼이가 친 사고는 초코파이를 훔쳐먹거나 벌통을 헤집는 것,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인 것 정도다. 사람을 공격하거나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준 것은 없다.
경북 김천의 대표 캐릭터인 반달곰 ‘오삼이’가 2018년 야생으로 풀려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오삼이’라는 별명으로 많이 알려진 반달곰 KM-53은 특유의 개척 성향으로 유명하다. 2014년 지리산에 방사된 뒤 오삼이는 2017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고, 지리산으로 옮겨놓아도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오삼이는 지난 5월말 다시 충북 보은까지 영역을 넓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2017년 KM-53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곰은 원래 백두대간 주민이었다” 문제는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나 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고라니도 멧돼지도 곰도 모두 야생동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멧돼지를 봤다고 해서 ‘왜 멧돼지가 저기 있지’ 하진 않잖아요.” 양 센터장은 곰이 받는 오해를 안타까워했다. 흔히 없던 곰을 정부가 지리산에 방사했다는 오해도 해명했다. “복원사업 전인 1990년대 말에도 지리산에 4~5마리의 곰이 살았어요. 가만 두면 멸종할 수 있으니 개체를 강화해준 거죠.” 그리고 복원사업 18년 만에 반달곰은 최소 존속 개체군인 50마리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우수한 종 복원 사례가 됐다. 그럼 이제 반달곰 복원사업은 끝난 걸까? 양 센터장은 이제 번성한 개체가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다양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는 ‘주민과의 공존’을 꼽았다. “곰은 원래 디엠지(DMZ)부터 지리산까지 백두대간 전역에 살았습니다. 일제와 6·25전쟁, 인간의 개발로 사라진 거죠. 어쩌면 우리가 곰들의 영역을 조금씩 빼앗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곰을 만나더라도 조금만 미워해주시면 안 될까요?” 영동/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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