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수족관에서 17년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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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야생에 방사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불법으로 포획돼 제주 퍼시픽랜드(지금의 퍼시픽리솜) 수족관에서 17년 동안 갇혀있다 풀려나는 것인데요. 같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자연에 방사된 지 벌써 9년이 지났죠. 2013년 첫 야생 방사 이후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은 잘 살고 있을까요? 인간은 돌고래들에게 가한 일을 제대로 ‘결자해지’할 수 있을까요? 제돌이 때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돌고래 방사 이슈를 취재해온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 남종영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게 벌써 9년 전인데요. 제돌이처럼 불법 포획됐던 비봉이가 여전히 수족관에 갇혀 있던 이유는 뭔가요?
남종영 기자: 제돌이의 경우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 결과로 불법 포획과 판매가 드러나면서 야생 방사 논의가 시작될 수 있었는데요. 그게 2011년 일입니다. 이후 2017년까지 총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검찰이 퍼시픽랜드 대표 등을 기소할 당시 공소시효 밖에 있었던 돌고래들이 있었어요. 바로 비봉이 같은 친구들이죠.
워낙 오래전에 잡혀 왔기 때문에 공소시효 밖에 있었고, 함께 풀려날 수 없었어요. 그 외에도 21마리의 고래류가 아직 국내 시설에 감금돼 있는데요. 대부분 제돌이 이슈 이전에 수입 등으로 국내에 반입된 친구들입니다.
[The 2] 그랬군요. 그럼 이번에 비봉이는 어떤 계기로 방사가 결정된 건가요?
남종영 기자: 제돌이와 비봉이 등을 불법으로 사들인 제주 퍼시픽랜드를 호반이 인수했는데요. 제돌이 사건 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돌고래쇼가 전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호반은 수족관을 허물고 그 장소에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지으려 합니다. 호반 입장에서는 돌고래들을 빨리 빼내야겠죠? 남은 큰돌고래가 총 세 마리에요. 호반은 그중 두 마리를 무단으로 거제 씨월드에 보냈다가 환경부에 의해 고발된 상태고요. 이제 남은 게 비봉이인데, 호반에서 야생 방사를 하겠다며 정부와 협약을 맺었죠. 사실
비봉이를 얼른 내보내야 리조트 건설이 수월해지니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측면이 있어요.
[The 3] 제돌이는 성공적인 방사 사례로 꼽히지만, 금등이와 대포 등 그러지 못한 선례도 있다면서요?
남종영 기자: 맞습니다. 돌고래는 음파를 통해 지형, 지물을 인식하죠. 그런데 바다에 살던 돌고래가 좁은 수조에 갇히게 되면 음파가 계속 튕겨 오면서 감각 기관에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커요.
제돌이 등은 수족관 감금 기간이 3~6년이어서 감각 기관이 곧 정상화했지만, 2017년 야생 방사된 금등이와 대포는 그러기 어려웠을 걸로 추정돼요.
금등이와 대포는 무려 19~20년을 수족관에서 살았거든요. 방사 뒤 5년째 행방불명 상태인데, 아무래도 무리에 다시 합류하지 못한 채 죽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정부는 금등이, 대포 사례에 대해선 아무런 리포트를 내지 않고 지나갔어요.
[The 4] 비봉이도 수족관에 17년 있었잖아요. 그럼 제돌이보다는 금등이 케이스에 가까운 거 아닌가요?
남종영 기자: 그래서 이번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했어요. 바다로 나가는 건 좋은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번 야생 방사에는 약간의 모험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대비책을 마련했는데요. 방사 성공 여부는 무리에 합류하는지에 따라 갈리니까, 좀 더 합류 가능성이 큰 곳을 방사 장소로 선택했어요. 그동안 주로 이용됐던 제주 동북부 함덕에서, 서남부 대정 앞바다로 바꾼 거죠. 그리고
무리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회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방류 일정도 예전엔 인간의 일정에 맞췄다면, 이번에는 돌고래의 일정에 맞추기로 했고요. 지금 비봉이의 컨디션은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존 가능성은 커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The 5] 만약 돌고래를 회수하게 될 경우 그 방법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하던데요.
남종영 기자: 네. 야생 방사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향후 적응 여부를 모니터링하려면 보트와 인력이 있어야 하고 많은 돈이 들어요. 또 적응하지 못했을 때 회수해 울산, 거제 등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야 하는데, 비행기 하나를 전세 내야 하거든요. 야생 방사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용’ 문제인 건데요.
이번에 정부와 협약을 할 때 호반은 단순히 방사 비용만 내기로 했어요.
회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호반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졌고요. 그런데 호반에는 최대한 책임을 묻는 게 맞거든요. 방사를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고요. 게다가 호반은 다른 큰돌고래 무단 반출로 고발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만약 방사에 실패할 경우 결국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