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낚시문화를 조성할 ‘낚시면허제’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촬영된 가마우지. 클린낚시캠페인본부 제공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삼킨 새 한 마리가 부리에 바늘이 걸려 먹이를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한다. 또 다른 갈매기는 낚싯바늘을 삼킨 뒤 입 밖으로 낚시찌를 매달고 다니는 신세가 됐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늘어나는 낚시 인구를 관리하고 함부로 버려지는 폐낚시도구를 규제할 제도와 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동물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과 ‘클린낚시캠페인본부’는 낚시도구에 희생된 동물들의 피해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낚시면허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낚시 예능 방송의 흥행으로 낚시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전국 연안에서는 버려진 낚싯줄과 낚싯바늘에 야생동물들이 다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낚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제도화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낚시인구는 850~1000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클린낚시캠페인본부 권은정 대표가 버려진 낚시도구로 인한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함부로 버려진 낚시도구는 해양생물뿐 아니라 바다 새, 길고양이, 비둘기 등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 김지숙 기자
단체들에 따르면, 미국·독일·캐나다·호주 등에서는 이미 낚시면허제가 정착돼 일반 시민이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면허시험과 의무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정부 또한 현장 단속 등을 통해 무분별한 남획으로부터 어류를 보호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관광객이 특정 수역에서 낚시를 하려면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허가증을 얻어야 한다. 주민은 주 정부가 발급한 낚시 면허증을 갖춰야 하고, 낚시를 위한 세부지침을 지켜야 한다. 낚시면허 시험은 어류학, 수리학, 민물 빛 바다낚시 어종뿐 아니라 자연보호와 동식물 보호, 낚시의 규율과 규칙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민간 낚시 클럽이 제공하는 교육을 30시간 이수해야 자격이 주어지며, 과도한 낚시를 막기 위해 면허를 얻은 뒤에도 매년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은 낚시하려면 면허·교육 필요…우리나라는 수차례 백지화
우리나라도 2012년 ‘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제정되었지만 법안의 주요 내용은 낚시터업과 낚시어선업의 허가와 관리를 다루고 있다. 낚시면허제 도입은 1990년대부터 논의돼 왔지만 수차례 논의에도 불구하고 낚시 애호가들과 일부 단체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2015년 해양수산부에서도 주5일제 정착 등으로 인해 낚시 레저 인구가 늘어나며 어민 어획량 감소, 플라스틱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들어 면허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야생동물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낚시문화를 조성할 ‘낚시면허제’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2020년 포항 양포항에서 포착된 갈매기. 클린낚시캠페인본부 제공
동물을 위한 행동과 클린낚시캠페인본부는 “낚시면허제가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오염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 해 전국 바다낚시로 인한 오염물질이 약 9톤에 이르며, 내수면의 경우 10톤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물복지의 증진을 위해 어류 역시 윤리적인 포획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류 역시 통증을 느끼는 동물이다. 포획한 어류를 장시간 바닥에 놓고 인증샷을 찍거나 크기를 재는 방식은 부적절히다. 물 밖에서 방치되는 시간은 최소화로 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인도적 포획 과정을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낚시면허제에 △1인당 포획 가능 어류 수, 어종 제한 △포획된 어류의 인도적 처리방식 △동물에게 안전한 낚싯도구 제거·처리법 △멸종위기 어종과 치어 방류 원칙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을 위한 행동과 클린낚시캠페인본부가 낚시도구로 인한 동물의 피해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낚시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펼치고 있다. 김지숙 기자
2020년 설립된 클린낚시캠페인본부는 지난 3년간 ‘낚줍원정대’(낚시쓰레기를 줍는 원정대)를 운영하며 낚시인들의 자정 노력과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속초, 아산, 당진, 여수, 보령 등 각지 해변에서 폐낚시도구를 수거하고 낚시도구가 야생동물 등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