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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거리 울린 동물권 행진…“우리 함께 살자”

등록 2022-08-27 18:49수정 2022-08-28 08:53

[애니멀피플]
동물해방물결·비건클럽 ‘2022 서울 동물권 행진’ 개최
진혼춤 퍼포먼스 등 벌이고 시민 200여 명 거리 행진
동물해방물결과 비건클럽이 27일 낮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과 비건클럽이 27일 낮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우리는 모두 동물이다”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27일 토요일 낮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동물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멈추자는 구호가 울려펴졌다. 이날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비거니즘 커뮤니티 ‘비건클럽’은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녹사평역 광장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이하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동물권 행진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것이다.

단체들은 행진에 앞서 ‘동물을 살리는 비거니즘이 우리의 길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물에 대한 착취를 멈춰야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8월 초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번 홍수 사태는 2020년 최장기간의 장마를 회상하게 한다. 앞으로 팬데믹,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 생태위기는 점점 더 빈번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중심의 ‘죽임 문명’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장식 축산과 상업 어업 등 동물에 대한 착취와 살상을 끝내고, 살림 문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 비거니즘은 ‘살림’이다. 살림의 실천만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자원을 생태적으로 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권 행진에 앞서 ‘비건 무당’ 홍칼리씨의 진혼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동물의 넋을 기리는 채식 제사상에 향을 피우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권 행진에 앞서 ‘비건 무당’ 홍칼리씨의 진혼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동물의 넋을 기리는 채식 제사상에 향을 피우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권 행진에 앞서 ‘비건 무당’ 홍칼리씨의 진혼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권 행진에 앞서 ‘비건 무당’ 홍칼리씨의 진혼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행진에 앞서 사전행사에서는 ‘비건 무당’ 홍칼리씨의 진혼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옥수수와 감자, 브로콜리와 바나나가 오른 채식 제사상이 차려지고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동물을 위한 향을 피워 올렸다. 홍칼리씨와 12명의 무용가들은 흰색 국화 등을 들고 동물의 넋을 기리는 춤을 선보였다.

이날 행진은 녹사평역 광장에서 시작해 이태원역과 제일기획 사옥, 해밀톤호텔 뒤편 등 상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40여 명의 시민들은 ‘우리 함께 살자’ ‘비건이 미래다’ ‘살리는 비거니즘’ 등의 문구가 쓰여진 손팻말과 다양한 동물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대열의 선두에서는 브라질리언 타악기 그룹 ‘호레이’가 흥겨운 연주로 행진을 이끌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가자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층이었지만 어린이나 부모님이 함께 참가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울산에서 참가한 최학도(61살)씨는 “아들이 최근 채식을 시작하며 저희 부부에게도 동물들의 현실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생태계 파괴와 동물 학대 등의 이야기를 들으니 육식문화에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채식에 동의하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행진이 채식을 시작할 계기가 될 것 같다. 함께 행진하는 것이 건강하다고 느껴졌고, 캠페인으로서도 효과적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동물권 행진은 녹사평 광장에서 시작해 이태원역, 제일기획 사옥, 해밀톤호텔 뒤편 등 상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지숙 기자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동물권 행진은 녹사평 광장에서 시작해 이태원역, 제일기획 사옥, 해밀톤호텔 뒤편 등 상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지숙 기자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동물권 행진은 녹사평 광장에서 시작해 이태원역, 제일기획 사옥, 해밀톤호텔 뒤편 등 상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지숙 기자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동물권 행진은 녹사평 광장에서 시작해 이태원역, 제일기획 사옥, 해밀톤호텔 뒤편 등 상점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지숙 기자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북클럽에서 만나 함께 행진에 나오기도 했다.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이종현(28살), 손병준(23살)씨는 미학과 안무를 공부하려고 꾸린 북클럽에서 채식을 시작했고, 이후 멤버 5명이 모두 비건이 되었다고 했다.

이종현씨는 “일상 생활에서 비건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렇게 비건들이 함께 모여 행진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손병준씨는 “동물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진한다고 했을 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고기를 파는 식당가를 지날 때는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지만, 더 큰 목소리로 동물해방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는 해마다 8월경 ‘동물권 행진’ 전개된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2108년부터 국내에서도 이러한 전 지구적인 흐름에 따라 종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동물에 대한 차별과 착취, 살상을 끝낼 것을 요구하는 행진을 개최해 왔다”고 설명했다.

동물해방물결과 비건클럽이 27일 낮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동물해방물결
동물해방물결과 비건클럽이 27일 낮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동물해방물결

행진을 마친 뒤 오후 6시부터는 해방촌 카페 ‘흠마켓’에서 동물권 행진 애프터파티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에는 작가 이슬아와 시인 현희진의 ‘비건과 로맨스’ 대담과 작가 양다솔의 ‘비건 공개 라디오’ 사연 낭독, 비건 아티스트 슬릭과 김사월의 미니 콘서트가 펼쳐진다. 애프터파티 행사에서는 식물성 혁신푸드 기업 올가니카, 국내 대체식품 브랜드 언리미트, 플랜트베이스드 전문몰 이팅더즈매터,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 등이 제품 협찬에 나선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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