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소싸움경기장에서 소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학대 처벌조항이 강화된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싸움 소’다.
녹색당과 동물자유연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보호법 제8조 ‘소싸움 예외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서 도박, 오락, 유흥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둬 지자체장이 주관하는 민속 소싸움은 예외로 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소싸움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1개 지자체다. 경북 청도군은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하루 12경기를 운영하며 경마처럼 관람객이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겨울철을 제외한 봄~가을 계절에 남강 천변에서 토요 상설경기를 운영하며 그 외 전북 정읍, 완주, 충북 보은, 대구 달성, 경남 창원, 김해, 함안, 창녕, 의령 등이 한 해 1~3회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북,충북,경북,경남 등 소싸움 축제를 개최하는 지역의 녹색당 당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학대를 부추기는 쏘싸움 금지와 동물보호법 8조 예외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 가운데 전북 정읍시는 작년에 없앴던 소싸움 예산을 올해 다시 배정해 반발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정읍 녹색당은 정읍시의회가 시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소싸움 관련 예산 2억 8500만 원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정읍 녹색당에 따르면, 정읍시의회는 2017년 4억 4000만 원, 2018년 3억 7000만 원, 2019년 2억 2000만 원, 2020년 1억 4000만 원 등 관련 예산을 꾸준히 삭감해왔다. 2022년에는 아예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으나 올해 관련 예산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들은 동물학대적이고 지자체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소싸움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초식동물인 소를 사람의 유희를 위해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들지만 소가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관광을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북,충북,경북,경남 등 소싸움 축제를 개최하는 지역의 녹색당 당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학대를 부추기는 쏘싸움 금지와 동물보호법 8조 예외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녹색당은 그 근거로 “경북 청도군에서 소싸움경기장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매해 청도군으로부터 50~60억 원의 지원을 받지만 2011년 이후 단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당과 동물자유연대는 단계적 폐지를 위해 ‘소싸움 일몰제’(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뒤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싸움과 관련한 시민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소싸움 예외조항에 3년 일몰제가 적용된다면 소싸움협회 등 당사자도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법 8조 소싸움 예외조항 삭제 △소싸움 예외조항 일몰제 적용 △소싸움 예산 삭감하고 난방비 지원예산 편성 등을 주장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