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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고양이, 27일부터 섬 밖으로…“세계유산본부서 보호 관리”

등록 2023-02-25 10:41수정 2023-02-28 11:44

[애니멀피플]
세계유산본부 등 24일 회의 열어 반출 방법 등 논의
뿔쇠오리 4마리 사체 발견…제주비건 “의견 전달 막혀” 항의
제주 세계유산본부가 제주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27일부터 일괄 반출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제주 세계유산본부가 제주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27일부터 일괄 반출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제주 마라도에 살던 길고양이들이 다음 주부터 섬 밖으로 내보내진다.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27일부터 고양이 반출을 시작한다고 24일 저녁 밝혔다.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반출된 고양이는 제주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이후 건강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는 세계유산본부에서 보호관리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고양이는 치료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도·서귀포시 동물보호부서와 함께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과 뿔쇠오리 훼손 대응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 

세계유산본부는 2007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재의 보호·관리 등을 위해 설치된 제주도청 소속기관이다. 마라도는 천연보호구역,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 문화재로 이번 ‘마라도 고양이 반출’은 문화재청과 세계유산본부이 담당 기관으로 협의해오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는 2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도서 해안이나 암초에서 집단 번식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뿔쇠오리는 2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도서 해안이나 암초에서 집단 번식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회의에는 동물보호단체인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과 제주지역단체인 혼디도랑도 참여했다. 두 단체는 앞서 마라도 내 생물 보호를 위해 구성된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저감 대처방안 마련 협의체’(이하 협의체)나 고양이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 하고 나선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단체들이다. 협의체에 들어가 있던 동물단체들이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행정에 문제제기를 하자, 이와 관련이 없는 타 단체와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세계유산본부는 “27일부터 야간예찰과 집중감시를 통해 뿔쇠오리 보호에 나서는 한편, 고양이 반출 작업을 개시한다. 우선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고양이와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를 우선 반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마라도 내 길고양이 개체수는 60~70마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2월 초 마라도에서 진행된 제주대 오홍식 교수팀은 길고양이 개체수를 60~70마리로, 같은 시기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학교실은 고양이들의 중성화율을 95%로 추정했다.

현재 마라도 내 길고양이 개체수는 60~70마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현재 마라도 내 길고양이 개체수는 60~70마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4일 제주 마라도에서 올해 첫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됐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24일 제주 마라도에서 올해 첫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됐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이번 반출 결정은 지난 17일 열린 협의체 2차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당시 회의에는 문화재청, 관계 기관, 연구자 등 20여 명이 참가했지만 1차 회의에 참석했던 서울대 산림과학부, 국립생태원,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등은 불참한 채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선 ‘고양이 일괄 반출, 후조치’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기됐으나 ‘다수결’로 반출이 결정됐다.

이처럼 고양이의 반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우리나라 일부 도서지역에서 번식하는 뿔쇠오리가 2월 하순부터 마라도를 찾기 때문이다. 이날 마라도에선 고양이가 해친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는 뿔쇠오리, 슴새 등 주요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 밖에 없는 희귀한 새다.

고영만 세계유산본부장은 “매년 마라도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되는 가운데 올해도 마라도내에서 고양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 4마리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가 발견했다. 이번 고양이 반출은 멸종위기 종인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필요 조치”라고 말했다.

제주비건 등 제주 지역 시민단체 5곳은 24일 회의가 열린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찾아 의견을 전달하려 했으나 참가를 제지당했다. 제주비건 제공
제주비건 등 제주 지역 시민단체 5곳은 24일 회의가 열린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찾아 의견을 전달하려 했으나 참가를 제지당했다. 제주비건 제공

그러나 새들의 번식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비건 등 제주 지역 시민단체 5곳은 이날 회의가 열린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찾아 의견을 전달하려 했으나 참가를 제지당했다.

제주비건 김란영 대표는 “협의체 참가자로서 고양이 반출 방법이나 관리 방안 등을 논의하러 갔다. 그러나 아예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 행정이고 불통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길고양이 반출 때 수의사 동행 △동물등록을 통한 사후 관리 △마라도 내 생물 보호를 위한 길고양이 재유입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동물단체들이 구체적인 보호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가했으나 정작 협의체 내에선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의 독주가 갈등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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