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 실험동물의 현실을 반영한 묘사로 “올해 최고 동물권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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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오갤3)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영화 속 캐릭터인 ‘로켓’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동물권 단체가 가오갤3 감독에게 최근 상을 수여했다. 왜일까.
영화는 어린 로켓의 얼굴이 현재 모습으로 바뀌며 시작한다. “나는 괴물이야. 난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로켓은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명곡 ‘크립’(Creep)을 낮게 따라 부른다. 그는 왜 자신을 괴물이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힌트는 로켓의 가슴에 새겨진 ‘89P13’이란 번호에 있다. 사실 로켓은 아기 라쿤 시절 불법적인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는 악당들에게 동물실험을 당한다. 두개골을 절단당하고 가슴에는 기계가 삽입됐다. 생체실험에 동원된 것은 라쿤뿐이 아니었다. 토끼, 수달, 바다코끼리, 원숭이,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이 악당들의 불법적인 유전자 조작 실험의 실험체가 된다.
영화는 로켓 이외에도 수달 라일라, 바다코끼리 티프스, 토끼 플로워 등을 실험 동물로 설정했다.(사진 왼쪽부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좁고 더러운 케이지에 갇힌 로켓은 수달 ‘라일라’, 토끼 ‘플로어’, 바다코끼리 ‘티프스’와 친해지며 언젠가 하늘을 나는 장치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실험실을 탈출하는 꿈을 꾼다. 로켓의 몸 일부가 기계로 대체된 것처럼 다른 동물들도 다리, 발 등에 장치가 삽입된 것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영화 속 묘사들은 실제 실험 동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동물권단체 페타(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도 가오갤3이 동물실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8일(현지시각)
가오갤3의 제임스 건 감독에게 ‘번호가 아닙니다 상’(Not a Number Award)를 수여했다.
단체는 “제임스 건 감독은 실험실에서 희생되는 수백만 마리의 취약한 동물들에게 얼굴, 이름 그리고 성격을 부여했다. 이 작품은 동물을 한 개인으로 볼 수 있도록 돕고, 동물실험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올해 최고의 동물권 영화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 동물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 속 디테일도 정리해 공개했다.
① 동물에게 이름 대신 아이디(ID) 번호가 부여된다는 사실이다. 로켓의 가슴에는 89P13이란 번호가 새겨져있다. 라일라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가슴이나 귓속에 번호가 새겨지게 된다. 단체가 수여한 ‘번호가 아닙니다’라는 상의 이름은 이러한 동물들이 단순한 실험체가 아닌 생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제 동물권단체 페타는 실제 실험 동물의 실정을 반영한 영화속 디테일들을 소개했다.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보통 가슴이나 귓속에 아이디 번호가 새겨지게 된다. 페타 제공
국제 동물권단체 페타는 실제 실험 동물의 실정을 반영한 영화속 디테일들을 소개했다. 로켓이 어린 시절 실험을 위해 결박당한 장면(왼쪽)은 실제 포유류 실험의 구속 장치와 흡사하다. 페타 제공
② 로켓이 어린 시절
실험 중 묶여있던 구속 장치는 실제 영장류 실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 토끼 플로어가 입에 기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또한 전신 구속 상태에서 눈에 화학 물질을 떨어뜨리는
‘토끼 드레이즈 테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③
상당수의 동물실험이 종종 호기심을 위해 진행되고 실제 목적은 없다는 것을 영화 속 미친 과학자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무의미한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을 통해 보여줬다.
토끼는 크기가 작고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각종 생리용품 동물실험에 이용된다. 동물권단체 어나니머스 오브 보이스리스(AV) 제공
④ 염력을 구사하는 개 ‘코스모’는
소련이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로 보냈던 ‘라이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 1950~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 개발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며 개, 원숭이 등의 동물을 인공위성에 태워 실험했다. 그 중에서 스푸트니크2호에 탔던 개 라이카는 최초의 우주견으로 지구 상공을 비행했지만 결국 귀환하지 못하고 죽었다.
염력을 지닌 개 ‘코스모’는 과거 소련이 개를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로 보낸 일을 자신의 사연처럼 거론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957년 소련 인공위성에 탑승해 지구 상공을 비행한 ‘최초 우주견’ 라이카. 그러나 라이카는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인터넷 갈무리
영화는 실험 동물의 고통스러운 삶을 현실적으로 담았지만 어둡거나 비관적이지 않다. 다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여럿이니 손수건을 준비하는 편이 좋겠다. 영화 속 캐릭터 네뷸라의 말처럼 “(동물 실험은) 타노스가 내게 한 그 어떤 실험보다 끔찍하다”는 연민을 많은 관객이 공감하길 빈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오갤3은 11일 현재 개봉 열흘 만에 누적 관객수 192만여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