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017년 9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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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개를 반납하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육견협회생존투쟁위원회(육견협회)의 계획이 무산됐다. 법원이 개를 동원하는 집회가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과거 동물을 집회나 시위 도구로 악용하던 행위를 막을 유의미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19일 서울행정법원이 육견협회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지난 16일 집회에 개들을 동원하겠다는 육견협회에 “집회 과정에서 동물이 고통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동물학대 소지가 있다”면서 개를 동원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육견협회는 ‘개 반납 투쟁’이 좌절되자 17일로 예정했던 집회를 열지 않았다.
앞서 육견협회는 김건희 여사의
‘개 식용 종식’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달 25일 김 여사를 고발하고 “대통령실에 개를 풀겠다”며 ‘식용 개’ 30마리를 동반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그러자 경찰이 ‘시민 안전 위험’등의 이유로 집회를 금지 통고했고, 이에 육견협회는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2017년 육견협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개를 동반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카라 제공
‘개 시위 금지’에 대해 법원은 △집회를 허용할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이 초래될 개연성이 높고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사진이나 모형 등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도 집회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정의(제2조 제9호)하고,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제3조 제5호) 하고 있다.
법원은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집회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를 동원한 경우 동물보호법 3조 및 9조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집회 과정에서 해당 동물이 고통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동물학대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번 결정이 유의미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윤정 활동가는 “그동안 개, 소, 돼지, 말 등이 집회나 시위 도구로 동원되며 동물이 다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른 경우들이 있었다. 이번 결정은 향후 동물을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도구로 악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뜻깊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이 집회나 회의 등에 등장해 논란이 되는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다. 2020년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한다며
아스팔트 바닥에 살아있는 방어와 참돔을 던져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은 이를 동물학대로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어류가 ‘식용 목적’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동물권단체는 검찰이 동물보호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자의적 해석을 내놨다며 비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