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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훔쳐 타는 ‘5살 해달’…날 체포해? 인간이 무섭지 않달!

등록 2023-07-13 14:09수정 2023-07-14 11:34

[애니멀피플] “귀엽더라도 가까이 가면 안 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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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서프보드가 파괴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범인은 보드를 이빨로 물어뜯을 뿐 아니라 파도를 즐기고 있는 서퍼들에게서 보드를 가로챘다. 급기야 관리 당국이 범인 ‘체포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는데, 그 정체는 바로 5살짜리 해달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CDFW)이 최근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지속해서 사람에게 접근을 지속하는 해달 한 마리를 포획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해변 해달 841, 어린 시절 수족관 성장

당국은 해달이 유난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지난 주말 이후 성명을 통해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팀과 함께 구조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해달은 야생동물관리국이 ‘841’이라 부르는 개체다. 5살 암컷인 이 해달은 애초 서퍼보드에 올라타 멋진 ‘서핑 실력’을 보이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애물단지 신세다. 해달이 이러한 처지가 된 것은 사연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해달 841이 물어뜯은 서프보드.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해달 841이 물어뜯은 서프보드.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841의 어미는 어릴 때 수족관에서 자랐다. 다 자라서는 야생으로 돌아갔는데 사람들은 계속 오징어나 먹이를 건네줬고, 어미도 계속 서프보드나 카약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생 적응에 실패한 어미는 결국 산타크루즈 해양동물보호센터로 다시 돌아와야 했는데 이때 841을 임신한 상태였다.

젖을 뗀 이후 841은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으로 옮겨졌고 어미처럼 인간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않도록 접촉을 최소화했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은 비영리 공공 수족관으로 해달과 다양한 조류, 다랑어 보전에 힘쓰고 있다. 

야생 방사 뒤 인간에 대한 두려움 잃어

그러나 야생 방사 이후 841은 금세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잃었다. 현지 전문가들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의 제시카 후지이 해달 프로그램 매니저는 “841이 야생으로 돌아간 뒤 1년 동안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점차 해달이 서핑, 카약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접근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841이 사람에게 먹이를 받아먹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런 행동이 지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에서 해달이 서퍼의 보드를 물어뜯거나 가로채는 일이 벌어져 포획 결정이 내려졌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해달 841이 처음 서프보드나 카약에 관심을 갖고 올라타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2021년이다. 처음에는 드물게 관찰이 됐지만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엔 아예 서프보드를 가로채는 모습이 3번이나 목격됐다.

지역 사진가인 마크 우드워드 작가는 지난 몇 주 동안 해달의 이런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해왔다. 그가 지난 11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841이 한 서퍼의 보드에 접근해 올라타더니 아예 보드를 빼앗아 타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가 추가로 공개한 사진에는 해달이 물어뜯어서 망가진 보드도 보인다.

우드워드 작가는 “해달의 모습이 귀엽고 재밌어 보이지만 그의 접근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해달은 최근 여러 개의 보드를 물어뜯었고 이건 서퍼나 해달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인간과의 접촉은 해달에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어렵게 야생으로 돌아갔는데 수족관으로 재포획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뿐 아니라 혹여 사람이 물리게 된다면 해달을 안락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만 서식하는 ‘남부 해달’은 멸종위기종이다. 과거 수십만 마리가 캘리포니아 연안 해역에 서식했지만, 현재는 3000여 마리만 남아있는 상태다. 개체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목숨을 잃게 되면 종 보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CDFW)은 해달 ‘814’의 포획을 결정하고, 해달이 나타나는 지역에 안내문을 부착했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CDFW)은 해달 ‘814’의 포획을 결정하고, 해달이 나타나는 지역에 안내문을 부착했다. 트위터 @NativeSantaCruz 제공

현재 당국은 841을 포획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포획에 성공하면 일차적으로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으로 돌아간 뒤 다른 수족관으로 옮겨져 여생을 보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야생에서 해달을 만나더라도 가까이 가서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후지이 매니저는 “해달의 행동이 긍정적인 상호작용처럼 보이겠지만 이런 모습을 목격하더라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교류가 장기적으로 야생동물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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