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올빼미 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 프랑스/ 2017년/ 96분
사춘기에 접어들기 직전인 아홉살 소녀 마틸드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른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는 현실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이런 엄마를 돌보다 보니 마틸드도 학교 생활에서 점점 스스로를 소외시키게 된다. 고독한 돌봄을 이어가는 나날, 마틸드의 유일한 친구는 말하는 올빼미. 올빼미의 작은 목소리는 마틸드와 관객에게만 들리는 것으로 비밀스럽게 설정돼 있다.
엄마와 끈끈한 유대를 갖고 있지만 밝지만은 않은 마틸다의 일상을 지탱하게 하는 힘은 아이가 지닌 풍성한 상상력이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가운데, 말하는 올빼미와 마틸드가 만들어내는 동화적인 분위기도 한몫한다.
밤세와 마녀의 딸 크리스티안 릴테니우스/ 스웨덴/ 2016/ 65분
한국 극장에서 보기 드문 스웨덴 장편 애니메이션. 작은곰 밤세와 빨간 나비 넥타이를 메고 다니며 멀리 뛰기를 잘하는 하얀 토끼 릴스컷, 세상 모든 물건을 발명할 수 있는 천재 거북이 스컬맨과 함께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밤세…>시리즈는 '스웨덴의 디즈니'라 불리는 루네 안드레아손에 탄생해 1960~70년대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1966년 스웨덴의 한 만화잡지에 실린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곰>을 원작으로 한다. 밤세(Bamse)는 스칸디나비아어로 갈색 곰이라는 뜻이다.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가족의 가치와 성 평등 등의 주제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3년 전 이 시리즈 중 한편인 <불곰영웅 밤세: 도둑들의 도시>를 상영한 적이 있다.
101마리 달마시안 클라이드 제로니미 외 감독 2인/ 미국/ 1961년/ 79분
똑똑한 달마시안 퐁고는 무명의 작곡가인 반려인 로저 래드클리프와 함께 산다. 또다른 달마시안 페르디타와 사랑에 빠진 퐁고는 15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가족을 이루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러던 중 반려인들의 친구이자 동물의 가죽을 탐내는 사악한 크루엘라를 만나게 된다. 새끼들만 남겨두고 산책을 나간 어느 밤, 아름다운 무늬를 지닌 달마시안의 가죽을 벗겨 코트를 만들려는 크루엘라 일당이 집안에 들이닥친다. 일촉즉발의 상황, 아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야옹이 상사, 사냥개, 퐁고, 페르디타 등이 힘을 합쳐 구출에 나선다. 인간의 탐욕에 대항해 싸워나가는 이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퐁고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인간의 탐욕과 아둔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영화는 1956년 도디 스미스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1961년 월트디즈니에서 만들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디즈니·픽사 특별상영작을 다룬 ‘와이드 앵글’ 세션에서 상영된다.
니모를 찾아서 앤드류 스탠든 감독/ 미국/ 2003/ 100분
노랑 또는 주황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흰동가리 니모는 호기심 많은 작은 물고기다. 아빠 말린은 무서운 바다 생물의 습격으로 아내 코랄과 새끼들이 태어나기 직전의 알들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 하나 남은 알에서 난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 더더욱 아빠에게 과보호를 받는다.
학교에 다녀오던 어느날, 깊은 바다로 가지말라던 아빠에게 반항심이 일어 수면 가까이 올라갔다가 인간 잠수부에게 포획된다. 니모를 찾으로 인간 수족관을 향해 떠나는 아빠 말린의 모험 과정에서 상어, 거북이, 펠리컨 등 바다 안팎 생물들이 능력을 나눠주며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묘하게 마음이 차오른다.
옥자 봉준호 감독/ 한국·미국/ 2017년/ 118분
대안 식품으로 개발된 슈퍼돼지 옥자. 생명공학기업 '미란도'가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거대한 돼지다. 적게 먹고, 적게 싸지만, 고기의 재료가 될 살은 포동포동하다. 맛도 좋다. 프로모션을 위해 전세계 친환경 농가에 나뉘어져 길러지는 슈퍼돼지 26마리 중 한마리가 강원도 산골 미자의 집에 보내졌다. 10년간 동고동락한 옥자와 미자는 서로를 포근하게 보듬고 귓속말을 나누는 등 각별한 관계를 쌓는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옥자는 고기가 될 운명에 처한다. 옥자를 구하기 위해 나선 미자, 그리고 이를 둘러싼 동물보호단체, 대기업 등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복잡다단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