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숲아트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반짝 기획전’에서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꿈의숲아트센터 제공
미술 전시회와 반려동물, 정숙한 미술관과 시끄럽고 활발한 반려동물의 조합이 조금은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편견을 깨고 두 가지가 한 공간에서 만났다. 전시장 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그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다. 바로 지난 9월9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아트센터에서 개막해 전시가 한창인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반짝’ 기획전이다. ‘반짝’전은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전시회 중 최대 규모다.
지난 12일 오후 찾은 전시장 입구에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소독제와 강아지 매너벨트가 구비되어 있었다. 반려견의 마킹(소변 등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행위)을 인한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주이 전시도우미는 “일부 다리가 약한 강아지 외에는 매너벨트를 채운다. 벨트 착용 불가시에는 상상톡톡미술관 내 풀장 이용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외 전시 작품 높이를 조정하고 목줄을 짧게 잡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반려동물 없이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도 최대한 배려했다.
전시장은 두 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반려동물과 산책하며 가을 소풍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나도록 했다. 전시를 기획한 꿈의숲아트센터 전시기획 임참 과장은 “아트센터가 위치한 북서울 꿈의숲이 공원이다 보니 산책을 겸해서 오는 관람객이 많다. 두 전시장 사이 거리가 크게 멀지 않아 중간에 이동하면서 쉬어가는 산책의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전시장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국내 반려동물 대표작가 10여명이 제작한 총 100여점의 반려동물 관련 미술작품이 있었다. 회화·설치작품·사진·페이퍼 아트·미디어 아트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었고, 미술관 2층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다.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임 과장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주제를 통해 반려인과 반려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았다. 또 반대로 유기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반려인의 경각심을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는 작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반짝’ 기획전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다. 꿈의숲아트센터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주말이면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드림갤러리 내 '반려동물증명사진 찍기'와 상상톡톡미술관 내 '슈링클스 목걸이 만들기' 등의 체험은 관람객의 참여율이 높다.
반려동물 증명사진 프로그램에서 출력된 사진 일부는 유기동물 사진 작품 옆에 전시된다. 임 과장에 의하면 이것에는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흑백의 유기동물 사진과 같은 방식으로 나의 반려동물 사진도 찍어서 게시하면서 관객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을 주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동물들에게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뭘까. 반려동물을 위해 꾸민 볼풀장에서 개들은 “주인이 불려도 나오려 하지 않을 정도”로 즐거워한다. 실제로 반려견 ‘모란이’와 동행하여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던 관람객 김여령씨는 “(반려견이) 어려워하는 몇몇 활동도 있지만 재밌게 잘 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임 과장은 “몇 해 전 영국의 한 미술관에서 열었던 ‘반려동물 동반 미술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사전조사와 필요물품 협찬 등 1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임 과장은 “전시를 통해 반려동물과 사람의 교감과 그 관계 속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반짝’전은 12월 3일까지 진행되며 월요일 휴관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1만2천원, 어린이는 1만원이며 강아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10월 한 달간은 현장구매자에 한해 20%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