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주최로 15일 오후 국회 앞마당 개헌자유발언대 앞에서 열린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 `오늘은 내가 동물대변인, 나의 목소리를 들어줘!'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헌법 개정 시 동물의 권리를 명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녕, 나는 닭이야. 매일 달걀을 낳지만 한번도 내 아이들을 본 적이 없어. 달걀을 낳으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가버리거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햇볕 한줌 바람 한점 들지 않는, A4 용지 한장 크기의 철창이야. 이곳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그런 케이지에 갇혀 병에 걸려 죽고 살아남더라도 반미치광이가 되어 공격적이고 예민해져.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발하면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건 또 어떻고… 생각해봐, 우리에게도 욕구라는 것이 있어….”
좁은 철장에 갇혀 미쳐가던 산란닭이 입을 열었다. 10월15일 오후 2시 국회 개헌자유발언대에서 동물들이 목소리를 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주최로 열린 ‘오늘은 내가 동물 대변인, 나의 목소리를 들어줘'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국회 동물복지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동물권을 새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8년 유네스코 세계동물권선언이 선포되었던 날이기도 한 이날, 행사를 주최한 카라는 “동물이 권리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동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회 동물복지포럼 회원인 김한정 의원은 “동물권 인정은 인류 사회의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동물보호,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헌법적 가치로서의 생명 존중”을 위해 제도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를 위해 오리 복장을 하고 나타난 이정미 의원은 “오늘은 동물들의 대의원에서, 동물들의 대변인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은 무엇보다도 사람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하고, 그들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며 동물들이 더 이상 인간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나 도구가 아닌, 생명으로 평등한 권리를 부여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 주변의 반려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의 대변인이 되어 동물들의 참혹한 현실을 전달했다. 강아지공장에서 ‘생산'돼 펫숍에서 진열되다 팔려서 결국은 유기견으로 전락해 실험동물이 되거나 개고기 농장에 팔려갈 위기에 놓인 개가 목소리를 높였다. 길고양이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증오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물었고, 스톨(돼지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의 폭 약 60㎝의 철제 우리)에 갇히고, 마취 없이 꼬리와 송곳니를 뽑히는 돼지는 살아 있음이 지옥임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야생을 잃은 오랑우탄, 정부 정책으로 길러지다 무책임하게 방치된 사육곰, 살아갈 터전을 잃고 헤매다 사람들에게 유해 동물 취급 당하는 동시에 로드킬과 밀렵의 위협까지 마주한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의 고단한 심경도 쏟아졌다. 동물들은 살아 있는 많은 생명이 도구로, 혹은 물건으로 취급당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실험실의 쥐는 “크기가 작다고 생명의 무게도 가볍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고, 인간들의 기준으로 해로운 존재로 생명의 가치를 부정당하는 비둘기도 목소리를 높였다.
카라, 고양이보호협회, PNR, 핫핑크돌핀스, 어웨어 등 동물보호단체와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등이 함께 한 이번 행사는, 동물권 개헌을 위해 뜻을 모은 이들의 ‘느슨한 연대'의 출발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개헌까지 동물권 포함을 위해 더 크고 단단한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시민사회·언론·정치권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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