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을 전면에 내건 새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15일 발족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민족·노동·여성·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비인간 동물에게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직접 행동을 통해 국내 동물권 의식 확산 및 확립, 정책 반영을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함께 동물권 운동을 펼쳐나갈 ‘동해물결인’을 모집해 시민 행동에 나서겠다는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사진)를 13일 저녁 서울 용산구 남영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동물해방운동은 인간의 용도에 따라 끊임없이 구분·착취되어 온 모든 영역의 동물들의 해방에 힘쓰겠다는 것을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지연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동물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5~6년 전 강원도 춘천에 있는 작은 놀이공원 겸 동물원에 간 것이 계기였다. “시설이 열악한 동물원이었어요. 풀 한 포기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동물들이 늘어져 있는. 거기 호순이라는 호랑이가 있었어요. 사육사가 닭을 던져주려고 왔는데, 어쩐지 엄청 화가 난 것 같았어요. 사육사가 가고 나서도 계속 창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사연을 알 수 없었지만, 야생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는 오래 뇌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조금씩 동물에 관해 찾아보기 시작하다가, 동물 관련 동아리 활동도 하고, 채식도 하기 시작했죠.”
대학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 환경지리학 대학에 생물다양성보존 전공 석사 과정을 밟으러 간 그는 공부하면서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동물을 더 살게 하고 싶어서 공부하러 갔는데, 종 보존을 한다는 이유로 개체에 가해지는 고통에 무지한 경우가 너무 많은 거죠. 특정 서식지에 포식자가 없어지고 중간 포식자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사슴 등을 포획해서 죽인다든지, 어떤 섬에 자생하는 새의 번식을 위해 그 새들을 사냥하는 고양이들을 쥐약을 놔서 죽인다든지.….” 그는 인위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동물을 인간의 시선으로 정의하고 착취하는 구조로부터의 해방을 강조했다.
20대 중반인 이 대표는 세련되고 재미있는 틀 안에서 동물해방을 주장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설치 미술로 동물권을 말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로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미국의 전방위 동물보호단체인 LCA(Last Chance for Animals·동물들의 마지막 희망)와도 연대해 세계 동물권 운동의 흐름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인터뷰 내내 ‘시민의 힘’을 강조한 이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즐겁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물해방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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