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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동물보호’ 헌법…국가가 동물을 책임지겠다는 뜻”

등록 2018-03-22 11:33수정 2018-03-22 13:43

[애니멀피플] ‘동물보호 개헌안’ Q&A
‘PNR’ 공동대표 서국화 변호사 인터뷰
“캠페인에 그칠 수밖에 없던 동물권 문제
동물 입장에서 정책을 따져볼 수 있을 것”
래브라도리트리버 한 마리가 반려인과 산책을 하고 있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해 국가의 책임이 뒤따르게 되면 동물의 삶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래브라도리트리버 한 마리가 반려인과 산책을 하고 있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해 국가의 책임이 뒤따르게 되면 동물의 삶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서국화 PNR 공동대표
서국화 PNR 공동대표
20일 청와대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개정 헌법 발의안의 내용을 밝혔다. 국가가 동물보호에 책임을 갖겠다는 뜻이다. 헌법에 ‘동물보호’라고 명시되면 동물들의 삶에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애니멀피플’은 21일, 동물권 연구를 위한 변호사 단체인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비인간 권리를 위한 사람들)의 공동대표 서국화 변호사에게 물었다.

-20일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 일부 중 ‘동물보호에 대한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원래 저희(시민단체 연대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가 제안을 했던 내용은 ‘동물보호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여야 한다’ 혹은 ‘동물보호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였다. 그런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은 의무나 노력 같은 추상적인 단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것이다. 헌법에서 이렇게 정하면 기본적으로 하위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지금 동물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제대로 수립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위헌이라고 다툴 수가 없었다. 입법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동물의 삶과 관련해 법적으로 위헌 논란이 되었던 사안들은 무엇이 있었나.

“대표적인 것이 공장식 축산 헌법소원이었다. 헌법에 동물보호 의무가 없다보니, 축산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국민들이 안전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국가의 의무를 따질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5월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은 공장식 축산은 동물을 학대할 뿐만 아니라 인간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단은 공장식 축산이 국민의 행복추구권,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환경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동물 입장에서 이게 제대로 된 정책인지 헌법적 근거로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발표된 개헌안대로라면 헌법에서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동물복지에 합당한 정책을 수립한거냐고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법률적인 부분에서 계속해서 인간 중심적으로만 판단을 내렸는데 동물복지의 측면에서도 판단의 근거가 생긴다는 뜻이다.”

공장식 축산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일 때에도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적 입장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공장식 축산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일 때에도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적 입장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헌법에 ‘동물권’이라는 단어가 아닌 ‘동물보호’라는 말을 썼다. 어떻게 결이 다른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제도화하느냐는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큰 차이점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념상 정책을 수립하는 의무를 지겠다는 것은 동물을 사람이 관리하고 보호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시선이 녹아 있다. 동물권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동물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물을 좀더 지각력 있는 존재로 본다는 뜻이므로 이럴 경우엔 공장식 축산 문제 등을 따질 때에도 더 강력한 판단 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일, 스위스, 에콰도르 등 헌법에 동물 혹은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나라들과 이번 개헌 개정안을 비교하면 어떤가. 동물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이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는지.

“독일이 현재 발표한 개정안과 비슷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동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고 썼다(독일은 2002년 헌법에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했고, 스위스는 2000년 헌법에 ‘생물의 존엄성’이라는 말을 썼다). 독일 등의 경우 이전부터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부터 발전되어 온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헌법에 반영된 것인데, 그럼에도 법적 다툼이 생기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다면 이런 것이다. 독일에는 수간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데, 이 법에 대한 위헌소송이 있었지만 기각됐다. 성생활의 자유보다 동물보호에 대한 의무를 앞서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에콰도르는 자연의 권리가 매우 잘 규정돼 있다. 예컨대 동물의 권리에서 더 나아가 강이나 나무 등이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아주 넓게 인정하고 있다. 동물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다는 것은 더 넓은 차원의 생명 보호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 개정안에 ‘생명권’이라는 단어도 언급됐는데, 어디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신설되는 기본권 가운데 하나로 생명권과 안전권을 말했다.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천명하는 한편,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헌법재판소에 갔을 때 해석의 문제겠지만, 이런 맥락이면 국민의 신체·생명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개정 헌법을 제안할 때 동물권과 생명권 중에 무엇을 넣어야할 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최초의 제안서를 쓸 때에는 생명권이라는 단어를 제안하려 했지만 여러 장단점을 고민한 결과 사람과 구분되는 동물의 권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 내용에 환영과 아쉬움의 마음이 동시에 있을 것 같다.

“정말 잘 된 일이다. 노력, 의무라는 추상적인 문구보다 입법 의무를 구체화한 느낌이 있어서 좋다. 그동안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캠페인 수준의 입법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정식 법적 절차로 다툴 수 있게 됐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동물이라는 주체적 존재도 정의를 내려줬으면 더 좋았겠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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