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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동물들아, 헌법이라는 든든한 ‘백’이 생길 거야

등록 2018-03-29 10:00수정 2018-03-29 10:16

[애니멀피플] ‘동물보호’ 헌법 발의안 물밑에서 힘쓴 사람들
시민단체 연대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
동물권 운동, 앞서 나간다는 제약에도
“30년 만의 개헌, 지금 못 바꾸면 안됩니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사무실에서 동물권 개헌 시민연대 ‘개헌동동’ 참여 활동가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장김미나 카라 활동가, 이형주 어웨어 대표, 전진경 카라 이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사무실에서 동물권 개헌 시민연대 ‘개헌동동’ 참여 활동가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장김미나 카라 활동가, 이형주 어웨어 대표, 전진경 카라 이사.
“(개헌 관련 어느 토론회에서) 동물권 헌법, 지금은 할 때가 됐다. 그 얘기를 혼자서 하는데 당당했지만 외로운 건 있었죠.”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가 아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 20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동물보호에 대해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그동안 온전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했던 동물들을 이제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최상위 법 안에 ‘동물보호’라는 네 글자를 넣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10월 발족한 시민단체 연대인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개헌동동)이 그들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바꿈,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핫핑크돌핀스 등 7개 단체로 구성됐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라 사무실에서 장김미나 카라 활동가, 전진경 이사,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를 만났다. 밀려드는 동물보호 활동에 일부 단체는 생업에 종사하며 ‘투잡’을 뛰는 활동가들이 많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 6개월 간 한 단체도 빠지지 않고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손에 꼽을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에 ‘동물보호’가 명시됐을 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입장에서 감회가 어땠나. 논의 과정에서 동물권 명시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장김미나 카라 활동가 “동물권이 너무 선진적이다, 강하다라는 의견에 부딪힌 적이 많다.”

전진경 카라 이사 “개헌동동을 꾸리기 전에 카라에서 제안서를 갖고 다닐 때에도 동물권에 상당히 해박하게 알고 있다고 알려진 국회의원 분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분들한테 ‘30년 만에 바꾸는 헌법인데 지금 이걸 못 바꾸면 안됩니다’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보호 운동은 시민사회에서도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진경 “그런데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동물 보호가 명시돼서 정말 통쾌했다. 우리가 지레 주눅 들었나 싶은 생각과 함께 좀 더 강하게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겠지만, 헌법에서 ‘‘동물보호'를 명시하면 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이형주 “이를테면 2016년 한정애 의원이 낸 동물보호법 개정 발의안에 동물을 학대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동물의 소유나 점유를 영구적으로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게 너무 과도하다는 이유로 검토 의견이 나왔다. 헌법에 개인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싸울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큰 차원의 동물보호 정책이 수립될 것이고, 일부 법안은 수정하고 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동물보호법에는 구멍이 많다. 우리는 그런 구멍을 막는 법을 만들라고 요구해야 하고.”

장김미나 “늘 인간의 작은 이익과 동물의 큰 이익 사이에서 인간의 작은 이익이 우선시 돼왔다. 동물은 물건이었으니까. 이전에는 필요한 정책이나 법을 만들라고 요구하기 조차 어려웠는데, 이제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냐’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당당하지만 외로운’ 길을 걸었다고 했다. 막막한 순간은 없었나.

전진경 “개헌 관련 토론회를 여기저기 쫓아다녔다. 동물권을 주장하면 그냥 ‘생명’으로 표기하면 안되겠냐는 말도 들었다.”

이형주 “그래도 예전에는 ‘노’라는 말 밖에 못 들었는데, 20대 국회 들어 제안하면 잘 받고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많고, 정책도 많이 달라졌다.”

전진경 “지금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오래 전에 올림픽공원에서였던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어느 행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이런 말을 하더라. ‘내가 진순이라는 진돗개를 봤는데, 사람과 다를 게 없어요. 지고지순한 면이 있더라고요.’ 이거다.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의 동물을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뀌고 국회나 정부 분위기도 많이 바뀐 느낌이다.”

-동물보호가 국가의 책임이 되면, 어떤 부분부터 바꿔나가고 싶나.

전진경 “반려동물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을 테고, 공장식 축산, 실험동물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 데 지금보다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려동물은 우리를 동물의 세계를 향해 열어주는 창과 같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들이므로. 예전에는 돼지도, 소도, 말도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과 가까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 동물들이 산업의 구조 안에 들어가면서 벽이 생겼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그리고 실험동물 문제까지 연결해서 동물권을 찾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다.”

이형주 “반려동물 천만 가구라고 하는데, 반려 목적으로 사람 옆에 사는 아이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위치에 있는 개들이, 동물들이 있다. 집에서 사람이랑 같이 사는 동물복지 수준에 못 미치는 동물들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이 수준에서 헌법에 동물보호가 명시되면 각 산업에서 동물복지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장김미나 “헌법에 동물 보호가 명시되는 것이 최소의 장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을 잘 이해하는 공무원들도 많아지고, 동물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제까지 동물보호단체와 정부의 관계가 반대가 되길 기대한다. '이거 어떻게 해야돼요?' 이런 걸 우리가 정부에게 물을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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