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고릴라 ‘코코’가 4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주요 매체는 수화를 배워 인간과 소통하던 서부로런드고릴라 코코가 46살의 나이로 숨졌다고 22일 전했다.
코코는 1971년 샌프란시스코동물원에서 태어났다. 1974년 스탠퍼드대학으로 옮겨져 수화를 배웠고, 샌타크루즈에서도 언어 및 인지능력에 대한 연구가 계속됐다. 프란시네 페니 패터슨이 그를 연구했으며, 코코는 약 2000개의 단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1970~80년대는 사람이 함께 살면서 유인원에게 미국수화를 가르치던 열풍이 휘몰아치던 때였다. 침팬지는 ‘워쇼’가 유명했고, 오랑우탄은 ‘찬텍’, 보노보는 ‘칸지’ 그리고 고릴라에서는 ‘코코’가 대표 동물이었다.
코코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아기를 다루듯 어루만지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 사진의 주인공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올 볼’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코코가 아아끼던 동물로, ‘고릴라도 애완동물을 돌본다’는 사실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1984년 올 볼이 차량에 치어 숨졌을 때, 코코는 손짓으로 “고양이, 울어, 미안해, 코코, 사랑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만난 고릴라 코코.
코코는 2014년 숨진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2001년 이후 로빈 윌리엄스는 평소 코코가 사는 곳을 자주 방문하며 얼굴을 익혔다. 로빈 윌리엄스가 숨졌을 때 코코는 머리를 떨구고 침울한 상태가 되었다고 당시 연구팀 관계자가 전하기도 했다.
말하는 유인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애초 ‘인간 언어의 진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등의 인류학적 질문으로 시작된 연구는 1970~80년대 세간의 주목을 끌며 20마리 이상의 ‘말하는 유인원’을 만들어냈다. 주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인간의 근연종인 유인원에 대해 실험이 이뤄졌다. (관련 기사 ‘침팬지 마음에 상처를 준 동물실험’)
말하는 오랑우탄 ‘찬텍’은 갓난 새끼 때부터 인간처럼 살다가 몸집이 커지자 동물원에서 여생을 보냈다. 다큐멘터리 ‘대학에 간 유인원’ 갈무리
일련의 연구들은 언어나 자의식 등이 인간의 독보적인 능력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유인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인간 문화’의 세례를 줌으로써 예정된 비극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오랑우탄 찬텍의 사례에서처럼, 인간 연구자가 집에서 함께 살며 아기를 키우듯 가르친 동물은 나중에 몸집이 커져 사람과 함께 살기 힘들었고 동시에 정체성의 혼란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미국 애틀랜타동물원에 갇혀 다른 오랑우탄을 ‘오렌지색 개’라고 부르던 찬텍은 지난해 8월 39살의 나이로 숨졌다. (관련 기사 “어디가 아프니?” “마음”)
코코를 돌보던 고릴라재단은 “코코가 끼친 영향이 깊다.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고릴라의 감정과 인지능력은 세계를 계속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