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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동물축제에는 OO이 없다”

등록 2018-06-28 22:33수정 2018-06-29 10:45

[애니멀피플] 동물의 사육제 2018 토론회
교감·생태란 미명 아래 일어나는 폭력
동물을 괴롭히는 동물 축제는 그만…
기존 동물축제 문제점 짚고 대안 고민해
2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태원’에서 열린 ‘동물의 사육제 2018 토론회-동물축제를 보는 다른 시선’에 참가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강양구 환경·과학 기자(왼쪽부터). 신소윤 기자
2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태원’에서 열린 ‘동물의 사육제 2018 토론회-동물축제를 보는 다른 시선’에 참가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강양구 환경·과학 기자(왼쪽부터). 신소윤 기자
28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태원’에서 ‘동물의 사육제 2018 토론회-동물축제를 보는 다른 시선’이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7월7일 열리는 ‘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에 앞선 행사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의 사회로 국내 동물 이용 축제 현황을 분석한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강양구 과학 환경 기자, 정읍 소싸움경기장 건립 저지 활동을 한 서은주 수의사 등이 참여했다.

화천산천어축제와 정읍전국민속소싸움대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축제의 최종 목적지에 관련한 동물을 먹는다는 행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빙판 아래 산천어를 낚아서 구워 먹고, 한쪽에서 소싸움이 일어나는 공간 옆에서 소머리국밥을 먹는다.

토론자들은 어딘가에 동물을 가둬 두고, 이들을 잡아서, 결국에는 먹는다는 행위를 과연 생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허은주 수의사는 처음 소싸움경기장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말했다. “소싸움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풍경이 계류장에 묶여 있는 소들이었다. 코뚜레에 매여 있는 소 뒤로 잔뜩 쌓인 분뇨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옆에 정읍 한우를 홍보하고 한우 품평회를 여는 시식 코너가 있다. 소싸움을 보면서 소고기를 먹고, 소머리국밥을 먹는 풍경에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천명선 교수에 따르면 총 86개 국내 동물 이용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포획 활동은 전체의 활동의 76%를 차지한다. 또한 포획 이후 최종적인 결과로 먹는 행위가 이어지는 경우는 포획 활동의 97%에 이른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낚시하거나, 채집한 다음 먹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을 통해 동축반축 측은 동물을 죽이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이 가해지고, 동물이 낯선 환경에 노출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열린 산천어 축제, 참가한 사람들로 행사장이 빼곡하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열린 산천어 축제, 참가한 사람들로 행사장이 빼곡하다. 연합뉴스
동물축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위들은 ‘생태학습’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산하 사무국장은 교감의 문제를 들었다. “물고기 맨손 잡기, 나비 축제 같은 것은 낭만적 자연 체험이 아니다. 동물들은 누구도 인간과 교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만지는 수족관, 체험 동물원 등의 직원들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어 나가는지 아느냐고 얘기한다.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약속인데, 왜 동물에게는 그러지 않을까. 거대한 타인이 불쑥 만지려 드는 것은 공포영화 5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공포와 같을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인간 중심으로 설정한 작위적인 ‘따뜻한 감정’에 대해 차갑게 생각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생태축제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생태, 자연, 교감, 공감 등의 아름다운 단어를 다 걷어내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천명선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생태체험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축제의 정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귀중한 것이다. 어딘가에 가서 종일 놀면서 집중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질문을 부모들에게 해봤다.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간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일종의 불편함을 느낀다는 발언도 있었다. 예쁜 단어들을 다 지우고 여기 동원된 동물들이 죽는다는 팩트만 남는다면? 생각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이게 교육일지 나쁜 체험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설 것이다.”

강양구 기자는 공감이란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강조했다. “생태축제라고 포장된 동물축제에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갈 때, 다른 동물과 교류하는 시간이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동물축제에서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기존의 공감 능력까지도 훼손되는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유희와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을 괴롭히는 동물축제를 해야 하는 질문에 공감하기 어렵다면, 좀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라는 제안도 이어졌다. 천 교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동물축제와 관련해 위생이나 보건에 대해 이야기되고 있지 않지만 무서운 지점이 반드시 있다. 결코 동물 복지 문제와 그들의 삶의 질을 위해 우리의 욕망을 접자는 게 아니라, 우리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봐야 한다. 아주 이기적인 마음으로라도.”

동물과 폭력적 관계를 맺는 대신 공생을 말하는 축제는 가능할까. 토론회에서 논한 결과물은 7월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리는 ‘제1회 동물축제반대축제’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동물로 변장해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동물 코스튬 플레이와 빅게임’, 연극, 릴레이토크가 이어지며 록밴드 허클베리핀 등이 공연을 펼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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