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토레스 해협의 작은 산호초 섬에 살았던 설치류인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멸종한 첫 포유류다. 1845년 커다란 쥐를 화살로 쏘았다는 내용으로 유럽인들에 의해 처음 기록되었다. 1978년에는 수백마리로 추정되었으나 1998년 90여마리, 2004년 10여마리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009년이었다. 2014년 토레스 해협의 다른 섬들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2016년 공식적으로 멸종이 선언되었다.
퀸즐랜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멸종의 근본 원인은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이다. 가장 높은 지대가 해발 3m에 불과한 브램블 케이섬은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한 폭풍 해일과 높은 수위를 유발하는 기상 여건에 취약하다. 1993년에서 2010년 사이 토레스 해협의 평균 해수면은 연간 6㎜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의 거의 두 배이다. 1998년 7월 2.43㏊였던 식생 범위는 2014년 9월 0.19㏊로 감소했다. 멸종 ‘위급’ 단계였던 2008년 재도입 및 복구 계획이 제안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직 조사되지 않은 개체군이 파푸아 뉴기니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유일한 희망이다.
종이에 연필, 2018
이번 여름에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식물의 피해도 상당하다. 인간의 활동과 삶의 방식이 지구의 기후에까지 영향을 끼치다니, 새삼 놀랍고 죄스럽다. 폭염이든 전쟁이든 불평등이든 그 파괴적인 영향은 가장 먼저 가장 연약한 존재에게 가닿는다.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저항도 방어도 할 수 없는 동물의 운명은 가혹하다. 기후변화로 사라진 첫 번째 동물은 2004년 멸종이 선언된 황금두꺼비였다.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에 이어 사라질 두 번째 포유류는 어떤 동물일까. 부디 이 작고 여린 동물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장노아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