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반달가슴곰 KM-53이 27일 오전 김천 수도산에 방사됐다. 환경부 제공
오늘 오전 6시50분 경, 짐칸에 까만 천을 뒤집어 씌운 1톤 트럭이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을 떠났다. 검은 천 아래 알루미늄 박스 안에는 반달가슴곰 KM-53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KM-53은 지난 5월5일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종복원기술원에서 치료를 받은지 115일만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KM-53은 오늘 오전 9~10시경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방사됐다. 종복원기술원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이동하는 동안 낯선 환경에 놀랄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검은 천을 뒤집어 씌운 채 KM-53을 수도산으로 옮겼다.
KM-53은 ‘콜럼버스 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리산 밖에서 자주 발견된 곰이었다. 2017년 6월 수도산에서 발견된 후 두 차례나 포획, 방사된 다음,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포획됐다. 수술 후 회복기간 동안 야생성을 잃을 경우, 다시 자연에 돌아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다행히 수술 후 예후가 양호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보행과 나무타기 등의 운동성 평가를 비롯해 방사선과 혈액검사 등에서 야행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평가했다. 사람을 봤을 때 회피 반응을 보이는 등의 야생성도 여전했다. 이에 전문가, 시민단체, 지자체 등과 협의 끝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방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해부터 수차례 이동해왔던 수도산으로 방사 장소를 결정했다. 수도산은 참나무 등 반달가슴곰의 서식에 적합한 식생이 갖춰진 장소로 평가된다.
27일 오전,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골절상 치료를 마친 KM-53을 차량에 실어 수도산으로 이동했다. 사진 윤주옥 제공
환경부는 방사에 앞선 지난 17일 김천시, 대구지방환경청 등 수도산 인근 지자체와 지방환경청이 참여하는 ‘반달가슴곰 공존 협의체’를 열고 방사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KM-53 덕분에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즉각 행동에 돌입할 수 있게 됐고, 동물전문가들은 반달곰 분산과 서식지 평가 등을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KM-53이 종복원기술원에서 떠나던 아침, 먼 말치에서 이를 지켜본 반달곰친구들 윤주옥 이사는 “그토록 가고자했던 수도산으로 돌아가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그 곳에서 잘 적응하든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든 이제 그 친구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잘 살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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