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기고-곰 보금자리: Project Moon Bear
베트남-캄보디아 곰 ‘생츄어리’ 답사기 ②
곰 1마리당 100㎡ 방사장 제공…합사 훈련 뒤 군집사육
탐 다오는 직원 50명이 곰 180마리 관리…과일 채소가 주식
지역민 정부 상대 캠페인 통해 사육곰 인식도 개선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위해서도 사육곰 관리는 절실
베트남-캄보디아 곰 ‘생츄어리’ 답사기 ②
곰 1마리당 100㎡ 방사장 제공…합사 훈련 뒤 군집사육
탐 다오는 직원 50명이 곰 180마리 관리…과일 채소가 주식
지역민 정부 상대 캠페인 통해 사육곰 인식도 개선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위해서도 사육곰 관리는 절실
플라스틱 공 안에 든 먹이를 어렵사리 빼먹고 있다.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를 때,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중요하다.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큰 스트레스가 된다.
2018년 11월17일부터 열흘 동안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Project Moon Bear) 활동가 두 명이 동남아시아 곰 ‘생츄어리’(생크추어리·sanctuary) 세 곳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학대받는 사육곰을 구조할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한 견학인 셈이었다. 열흘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 두 편으로 나누어 적는다.
*곰 생츄어리 답사기 ① 보기 ▶밀렵과 안식처의 공존…동남아 곰 생츄어리 가보니
농장 감시와 적발은 정부의 몫 불법 농장을 감시하고 적발하는 일은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진다. 경찰과 공무원이 곰 농장을 적발해 NGO에 구조 요청을 하면 마릿수에 알맞은 장비와 인력을 준비해 트럭을 빌려 타고 출동한다. 곰 농장의 형태에 따라 필요한 장비도 달라진다. 우리를 잘라야 곰을 꺼낼 수 있는 곳도 있고, 농장주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곰이 흥분해서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급적 농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우호적으로 대한다고 한다. 화난 농장주가 곰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동행하여 현장에서 곰을 마취시킨 후 짧은 시간 안에 건강검진을 끝내고 차량으로 이동한다. 곰은 방사장이 딸린 베어하우스로 들어가기 전에 검역 시설에서 40일 가량 계류한다. 검역 시설은 곰 농장에서처럼 좁은 케이지다. 넓은 곳에 곰을 풀어버리면 마취하지 않고는 곰을 치료할 수도 없고 훈련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 기간을 거친다. 이곳에 머물면서 건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고 생츄어리에서 지내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잘못된 먹이를 먹고 지낸 곰들이 가장 먼저 하는 훈련은 과일과 채소 등에 적응하는 연습이다.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는 훈련과 전기울타리가 어떤 것인지 약한 전기로 알려주는 훈련도 한다. 곰들은 맛있는 음식이 나올 때마다 들리는 종소리에 반응하면서 방사장에 들고 나는 신호를 서서히 인식하게 된다. 방사장 넓이의 기준은 최소 곰 한마리당 100㎡제곱미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사장은 그보다 훨씬 넓었다. 더 많은 곰을 한 울타리에 넣을 수 있다면, 곰들이 혼자 쓰는 것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지낼 수 있으므로 합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야생에서 홀로 생활하는 동물이라도 사육 환경에서는 군집사육이 적절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긍정강화훈련. 곰에게 정신적 자극을 주는 동시에 적절한 통제도 가능하게 한다.
50명 직원이 180마리 관리 모든 생츄어리의 일과는 전기울타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물의 탈출을 막는 일은 곰과 사람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 곳 모두 곰이 탈출하는 사고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프리 더 베어스에는 곰 7마리 당 1명의 직원이 필요하다는 대략의 기준이 있었다. 가장 직원이 많은 곳은 탐 다오 생츄어리로, 50여 명의 직원이 180여 마리나 되는 곰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알고 있었다. 곰들도 사육사를 구분한다. 사육사들은 매일 네 시간씩 조용히 앉아서 곰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얼마나 배고파하고 얼마나 먹는지, 서로 관계는 …어떤지, 정형행동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기록하는 일은 개체 관리의 핵심이다. 신체건강을 확인할 뿐 아니라 신체건강에 영향을 주는 정신건강까지 곰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매일 확인하는 것이다. 먹이는 대부분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진다. 영양학을 전공한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양을 계속 조절한다. 물론 체중을 매달 측정해서 그래프를 그리고 활동량과 계절도 감안한다. 질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육류는 완전히 배제하고 개 사료와 콩을 단백질원으로 준다. 계절에 따라 과채류의 가격이 변하는 것도 먹이를 고를 때 감안한다. 먹이 담당자가 매일 아침마다 시장에 가서 트럭으로 음식을 실어 오는데, 지역 경제를 돕는 역할을 할 정도로 곰들이 잘 먹어치운다. 오랫동안 잘못된 먹이를 먹은 탓에 고혈압을 앓는 경우도 많아 매일 약을 먹는 곰이 여럿이었다. 행동 풍부화와 긍정 강화 훈련은 매일 진행된다.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곰들에게 항상 할 일을 만들어준다. 대나무통, 구멍 뚫린 공, 커피 자루, 소방 호스로 만든 주머니, 돌 무더기 등에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넣어 스스로 빼 먹게 한다. 지루함은 동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이 자주 강조되었다.
곰을 옮길 때 쓰는 케이지와 차량. 곰은 스스로 케이지에 들어가도록 훈련받는다.
인식의 변화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NGO들은 지역민과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캠페인을 펼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감각이 비교적 둔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캠페인은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관광객의 쓸개즙 수요가 있는데도 곰 농장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눈에 띄는 성과이다. 베트남의 환경단체 ENV(Education for Nature Vietnam)의 2004년 설문조사에서는 곰 쓸개즙 이용에 찬성하는 사람이 7 대 3으로 많았으나 2014년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결과가 3 대 7로 역전되었다고 한다. 한편, 사람의 복지도 열악한 나라에서 동물의 복지를 주장하는 일은 늘 반박에 부닥친다.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할 국가 예산을 동물과 나누어 쓴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어둡고 낮은 부문에 예산을 분배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깊이 관련되는 일이다. 사람과 동물의 복지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______
한국에 곰 생추어리가 필요한 이유 동물복지 사람들은 동물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공감한다. 그리고 다수의 산업사회에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인간에게 일시적인 이득(혹은 이윤)을 주더라도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간주된다. 국가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가 약자를 배려하는 정도에 따라 동물복지에 관한 제도의 수준도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동물보호법이나 야생동식물법 등은 국가의 규모나 경제 수준에 비해 후진적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제적 능력으로도 곰 농장을 불법화하고 국가가 야생동물을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유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성의 없이 동물을 대하는지 반증한다. 외국 활동가들에게 한국에서는 곰 농장이 아직도 합법이라는 사실을 말할 때마다 참담하다. 곰은 동물복지를 충족시키는 사육이 어려운 동물이다. 밥 주고 똥 치우는 것만으로 기를 수 있는 동물은 세상에 없지만, 특히 곰처럼 복잡한 사고를 하는 종은 개체마다 서로 다른 취향까지 면밀히 파악해서 맞춰주어야 한다. 그 취향은 건강, 나이, 성별과 관련되었을 수도 있고 여러 해 동안 쌓인 경험으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곰들이 하루에 먹는 채소와 과일. 매일 아침 시장에서 사온다.
법 뒤에 ‘숨은’ 한국 정부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사육곰이 처한 가장 다른 조건은 곰 농장의 법적 지위이다. 한국에서는 농장이 합법이기 때문에 곰을 압수할 수 없다. 오히려 법적인 한계를 우리 정부가 핑계로 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심지어 농가에서 전수 매입을 주장할 때도 환경부는 “사유 재산의 문제”로 일축했다. 어떤 이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정부에만 요구하면 어떻게 그 일들을 다 해내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동물의 복지에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시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미 캄보디아와 베트남 정부는 최선은 못 하더라도 그들이 해야 할 일임을 인식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육곰 문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곰 쓸개를 빼 먹는 행위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야만적이고 무식한 것이 되었다. 좁은 곳에 갇힌 곰들의 정형행동이 지독한 고통에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그렇다면 이제 시대에 발맞추어 곰을 그곳에서 꺼낼 차례다. 사람과 곰을 포함한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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