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합포구청이 가포해안변공원 길고양이 급식소에 부착한 자진철거 요청문. 윤강석씨 제공
지난 3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에 전국의 캣맘과 캣대디들은 분노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해안변공원에 차려진 길고양이 급식소를 15일까지 철거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당장 보금자리를 잃게 될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로 창원시청 게시판과 마산합포구청에 민원이 속출했다.
마산합포구청에 따르면, 가포해안변공원에 급식소가 설치된 시기는 2016년 하반기. 한 시민이 고양이를 돌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시민 ㄱ씨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문을 붙인 종이박스를 급식소 삼아 두고 고양이들을 돌봤다. 그러나 안내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항의 전화가 계속됐다. 고양이 때문에 냄새도 나고 보기 안 좋다는 내용이었다. ㄱ씨는 결국 손을 뗐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해안변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 윤강석씨 제공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지자 공원을 방문하는 인근 주민 네 명이 모여 공동 관리에 나섰다. 2018년엔 급식소도 재정비했다. 기존 급식소는 종이박스라 비가 오면 젖는 데다 바닷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었다. 이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조의 플라스틱 집을 마련했다. 그렇게 3년 넘게 10마리 정도의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더럽다는 민원이 들어올까 봐 걱정이 된 네 사람은 돌아가며 주변 청소도 철저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원 방문객들이 늘면서 고양이 급식소에 대한 민원이 많아졌다. 이에 마산합포구청은 지난 23일 급식소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자진철거 요청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마산합포구청 공원녹지 담당자는 “관리자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원이 계속돼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캣맘들은 반발했다. 급식소를 관리하는 캣맘 한아무개씨는 “급식소를 이전하는 건 ‘양보’할 수 있지만 갑자기 보금자리를 옮겨선 안 된다. 시차를 두고 천천히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구청에 전했다.
캣맘들의 의견을 접수한 구청은 지난 13일 급식소 운영자들과 대안을 찾기 위해 협의했다. 그 결과 급식소를 나무로 다시 제작하고, 시차를 두고 급식소를 공원 옆 한적한 곳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또한 설치 이후에도 캣맘들과 구청이 수시로 합의하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캣맘 한씨는 “(급식소를 유지해달라고 구청에 전화하는 등)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급식소를 지켜낼 수 있었다. 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길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많은 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길고양이 문제를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희 교육연수생,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