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이어 압록강 하구의 갯벌이 개발로 훼손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붉은어깨도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 종으로 지정한 종이다. J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겨울을 난 뒤 번식지인 북극 툰드라로 향하는 붉은어깨도요의 여정은 매우 빡빡하다. 중간 기착지인 황해 갯벌에서 충분히 먹이를 먹어 지방층을 보충한 뒤 시베리아 북동쪽 해안의 번식지에 때맞춰 가야 한다. ‘중간 급유’가 차질을 빚는다면 목적지까지의 비행은 물론 번식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황해의 갯벌 3분의 2가 지난 50년 동안 사라졌다. 붉은어깨도요가 배를 채우던 마지막 갯벌 가운데 새만금 갯벌이 2006년 간척으로 망가지자 압록강 하구의 갯벌만 남았다.
그러나 중국은 스스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압록강 하구의 중국 쪽 갯벌 안에 2008년부터 항만 개발을 위한 10㎞ 길이의 방조제를 건설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붉은어깨도요의 마지막 먹이터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붉은어깨도요는 어떻게 이 난관에 맞서고 있을까.
압록강 하구 중국 쪽 갯벌과 개발 현황. 오른쪽 끝이 압록강 하구, 바로 옆에 항만(빗금)과 방조제(1)가 보인다. 네모 빗금은 양식장, 점은 농경지를 가리킨다. 장 외 (2019) ‘생태학과 진화’ 제공.
마지준 중국 후단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압록강 먹이터 변화가 붉은어깨도요의 몸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했다. 이 도요새는 맞춤한 먹이가 사라져 점점 크고 거친 먹이를 삼킬 수밖에 없게 되자, 모래주머니를 키우고 먹이활동 시간과 범위를 늘리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필요한 먹이를 섭취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록강 하구 갯벌에는 다량의 쇄방사늑조개(일명 계화도 조개)가 살아 붉은어깨도요의 주식 노릇을 했다. 도요새는 바지락보다 작은 이 조개 가운데 폭 1㎝ 이하의 작은 개체를 주로 잡아먹었다. 그대로 삼킨 조개는 모래주머니에서 으깨지고 부서진 조개껍데기는 배설됐다.
그러나 갯벌을 가로질러 거대한 방조제가 들어서자 압록강의 담수가 흘러들지 않게 된 데다 해안에 들어선 해삼 양식장의 폐수와 인근 경작지의 농약과 비료가 흘러들어 이 조개에 치명타를 가했다. 2011년과 2017년 사이 조개의 99% 이상이 줄었다(▶관련 기사:
도요새의 마지막 기착지 압록강 하구는 무사할까).
쇄방사늑조개. 부안과 김제 갯벌에서 많이 나던 계화도 조개와 가깝다. 박윤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자들은 “붉은어깨도요가 주식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먹이 전환에 나섰다”며 “애초 소화가 쉬운 소형 쇄방사늑조개를 주로 먹다가 먹이가 줄자 큰 조개도 삼켰다. 조개 자체가 눈에 띄지 않자 황해비단고둥으로 먹이를 바꿨다. 그러다가 고둥도 소화가 만만치 않자 더 큰 개량조개를 삼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먹이 교체에 대응해 도요새는 몸의 소화기관과 소화 행동도 바꾸기 시작했다. 비단고둥은 껍질은 얇지만, 매우 단단해 쉽게 깨지지 않는다. 큰 조개와 고둥을 부수기 위해 도요새의 모래주머니는 15% 커졌다. 으깨는 힘도 11배나 늘어났다.
단단한 껍데기를 지닌 연체동물을 섭취하면서 찌꺼기를 배설이 아니라 펠릿 형태로 토하게 됐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조개껍데기가 장관에 상처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다.
소화기관의 크기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은 “소화기관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장거리 이동에 앞서 무작정 크기를 키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황해비단고둥. 껍데기가 얇지만 단단해 붉은어깨도요새는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준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모래 주머니를 키운 것으로 먹이 처리 능력은 32% 증가에 그쳤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소화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도요는 더 오랜 시간 동안 더 멀리 먹이를 찾아다녀야 한다. 2011년까지는 먹이활동에 하루 5시간 미만을 보냈지만, 2017년 13∼16시간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해도 먹이 섭취율은 과거보다 85%나 줄었고, 어딘가에서 부족한 먹이를 채워야 한다. 연구자들은 “기존 갯벌을 대체할 만한 고급 먹이터를 새로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해마다 4만4000여 마리가 이 갯벌을 찾는 붉은어깨도요 개체수는 이미 29% 줄었다. 연구자들은 “장차 이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생존율과 번식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기사가 인용한 원문 논문 정보:
Zhang S?D, Ma Z, Choi C?Y, et al. Morphological and digestive adjustments buffer performance: How staging shorebirds cope with severe food declines.
Ecol Evol. 2019;00:1?11. https://doi.org/10.1002/ ece3.5013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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