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노예 동물들의 섬, 제주 ④
조천읍 곶자왈 인근에 17만평 규모 사파리 건립 예정…“아이들도 반대하는 시대착오”
조천읍 곶자왈 인근에 17만평 규모 사파리 건립 예정…“아이들도 반대하는 시대착오”
대명레저산업이 100% 지분을 가진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21년 개장을 목표로 제주도의 최종 개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파리형 동물원을 계획 중인 이곳에는 코끼리를 포함해 동물원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 다수가 수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는 관광지라는 이름 아래 시대착오적인 동물 쇼가 매일, 매 시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은 4월29일~5월1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쇼, 전시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러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노예 동물들의 섬, 제주’를 네 차례에 이어 싣습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 반대 시위를 하는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아이들.
곶자왈에 17만평 동물원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대명레저산업이 제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약 17만평) 부지에 약 1700억원을 투자해 진행 중인 사업이다. 예정된 부지는 학교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제주 특유의 자연 생태계인 곶자왈이 잘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통과된 상태로, 도에서 최종 개발사업 승인을 하고 주민 동의가 이뤄지면 행정 절차에 따라 공사가 집행될 예정이다. 대명그룹 쪽은 2021년 4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동물원에는 총 23종 524마리 동물이 들어올 예정이며 사자, 호랑이, 곰 등 맹수는 52마리가 수입될 예정이다. 네이버TV 주민들에게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계획은 갑작스럽다. 원래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7년 당시, 현재 기획 중인 대형 동물원이 아닌 제주 말 산업 육성을 위한 테마파크 조성 계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사업 진척이 더뎌지며 제주 토종기업이었던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소유권이 대명레저산업으로 넘어갔다. 주민들은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 계획이 환경영향평가를 꼼수 통과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2007년 당시와 비교하면 사업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기한을 한 달 앞두고 재착공을 통보해 심의를 피했다는 주장이다. _______
“선진형 생태사파리”? 해당 지역인 선흘2리에는 아이들까지 7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주민들은 지난달 9일 주민 총회를 열고 투표를 했다. 77%가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민 이진희씨는 “비가 억수같이 노는 날이었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이 마을은 생태적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반대 의견을 낸 주민들은 동물원이 거문오름 옆에, 람사르습지 지역 가까이에 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상영씨는 “마라도 면적(30만㎡)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동물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주민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동물원이냐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대명에서 마을에 수억 원의 돈을 주겠다고 하고, 외국 동물원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당시) 기업이 밀양에서 주민들을 회유, 압박한 방식 그대로”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갇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이에 대해 제주동물테마파크 문제로 지역 주민과 연대하고 있는 카라 신주운 활동가는 “유리 벽이나 철창을 세우지 않았다고 해도, 아무리 넓다고 해도 동물이 갇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 활동가는 “야생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번식이 어렵다. 국내 동물원 가운데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인공증식을 실패한 사례도 있다”며 “사익을 추구하는 목적이 뚜렷한 곳에서 동물원의 종보전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대명이 제공한 주민설명회 자료를 보면 사자(20마리), 호랑이(10마리) 등 맹수류 외에도 동물원 사육에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진 대형 초식동물(코끼리 4마리, 코뿔소 4마리, 기린 6마리), 야생에서 활동 반경이 넓은 일반 초식동물(얼룩말 25마리, 엘크 40마리 등)이 포함돼 있다. 설명서에 따르면 ‘관람객이 숨어서 보는 동물 중심의 동물원’을 내세우는 한편 ‘직접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줄 수 있는 근접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모순된 계획안이 쓰여 있기도 하다. _______
아이들이 반대하는 이유 지난해부터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은 “제주는 현재 과잉관광의 부작용에 주민들이 삶의 불편을 느끼고 있는데, 제주동물테마파크 또한 제주에 살지도 않는 동물을 데려다 전시하면서 실제 사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또 다른 형태의 난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제주동물테마파크가 세워질 예정인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사는 아이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 앞으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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