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수의대 실습견 학대 실태
경북대 수의대 ‘산과 실습’서 강제 교배, 가학적인 검사 반복
약물로 발정 유도, 주 4회 질 내 검사…아픈 개도 실습에 동원
태어난 새끼는 학생들이 ‘알아서’…실습견 ‘출처’는 식용견
경북대 수의대 ‘산과 실습’서 강제 교배, 가학적인 검사 반복
약물로 발정 유도, 주 4회 질 내 검사…아픈 개도 실습에 동원
태어난 새끼는 학생들이 ‘알아서’…실습견 ‘출처’는 식용견
식용견에서 실습견이 된 개. 사람을 위해 소비되고 버려진다는 사실은 식용견에서 실습견으로 바뀐 뒤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경북대 수의대 사육실 철장에 갇힌 누렁이는 오랫동안 카메라를 쳐다봤다.
“약물 주입해 강제 발정, 교배” 지난 8월10일 경북대 수의대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제보자 ㄱ씨는 이 과목을 “일 년 내내 개 교배만 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컷 실습견들의 발정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질 도말 검사를 일상적으로 실시한다. 발정기가 되면 수컷 비글 실험견들을 데려다 교미를 시킨다. 사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정기가 지속되는 9일 동안 강제로 수컷에게 마운팅(교미하는 자세)을 시킨다. 발정이 오지 않는 아이들은 약물을 투여해 강제 발정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질 도말’이란 암컷의 교배 적기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질내 세포 검사다. 암컷의 질내에 ‘질경’이라 불리는 도구를 삽입하고, 면봉으로 질내 상피 세포를 채취해 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검사다. 제보자에 따르면, 5마리의 암컷 실습견이 한 마리 당 일주일에 4차례씩 이 실습에 동원된다고 했다. 실습은 3, 4학년 120여명이 12명씩 조를 이뤄 진행되며,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질 도말을 실제 진행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실습이 개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ㄱ씨는 “개들도 실습 때 아파서 소리를 지른다. 싫어서 자꾸 움직이니까, 질 도말이 익숙치 않은 학생들이 한번에 성공을 못하면 여러 번 찌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애피가 찾은 경북대 실습견들의 상황은 1년 전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의대 건물 지하에는 5마리의 암컷 믹스견과 비글 실험견 4마리가 철창에 갇혀 있었다. 바닥에는 물기가 흥건했고, 작은 환풍기 외에는 온도나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산과실습에서 동물들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월10일 애피가 찾은 수의과대학 지하 사육실에는 5마리의 암컷 믹스견과 4마리의 실험용 비글견이 사육되고 있었다.
강아지 분양까지 학생들이 도맡아 질병이 발생한 동물을 대상으로 실습을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ㄱ씨의 말을 종합하면, 실습견 ‘건강이’는 지난해 이미 2차례 슬개골 탈구 수술을 진행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전부터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던 건강이는 지난 6월3일 유선 종양, 난소 종양, 자궁내막증식증, 전이성 폐 종양 등 여러 질병의 진단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이는 7월18일까지 질 도말 실습에 계속 동원됐다.
실습견 중 한 마리인 ‘건강이’는 6월3일 난소종양, 유선종양, 폐 종양 등 질병이 진단됐지만 이후 한달간 질 도말 실습에 이용됐다.
실습견 ‘건강이’의 건강 상태를 공유한 학생들의 대화 갈무리. 지난해 슬개골 탈구로 양쪽 다리를 수술 받은 건강이는 6월3일 유선종양, 난소종양 등의 진단을 받고도 한달 넘게 실습에 동원됐다.
‘산과 실습’은 필수? 김 교수의 말처럼 경북대의 산과 수업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까. 서울 시내 한 동물병원 병원장은 “대부분의 수의대에서 질 도말 실습을 하긴 하지만,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해보고 세포를 관찰하는 수준이다. 번식기의 상피 세포는 관찰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교재를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들은 대부분 자연분만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왕절개를 한다. 그래서 계속 번식기를 확인해야 하는 번식업자를 가르치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반복적인 질도말 수업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애피의 보도로 ‘수의대 실습견’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이후 산과 실습 내용은 변경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 내 실험동물 현행법상 실험동물은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실험동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실험동물과 관련된 두 개의 법률에서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의 실험동물 이용을 규제할 조항은 미비하다. 동물보호법 24조에 유기·유실 동물을 대상으로 해선 안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개 시장에서 개를 사서 실험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
담당 교수는 암컷 실습견들의 출처에 대해 “개장에서 구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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