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활공하는 알바트로스. 광범한 영역의 대양을 여러 해 동안 활공할 수 있는 이 새에 센서를 부착해 불법어선을 단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렉산더 코부 제공.
날개를 펴면 3.7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새 알바트로스가 위치를 숨기는 불법 어선을 포착하는 ‘대양 파수꾼’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대규모 현장실험 결과가 나왔다.
시장에 나오는 물고기 다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불법 조업으로 잡힌 것이란 추정이 나올 정도로 불법어업이 성행하지만, 특히 배타적 경제수역을 벗어난 대양에서 이들이 선박 자동 식별 시스템(AIS)을 꺼버리면 위치를 알 수 없어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
알바트로스는 한 번 날아오르면 거대한 날개로 활공하면서 1만6000㎞까지 대양을 비행하면서 물고기와 오징어 등 먹이를 찾는다. 기존 감시 수단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알바트로스의 비행능력을 이용해 불법어로를 단속할 수는 없을까.
알바트로스를 ‘대양 파수꾼’으로 이용하는 개념도. 새의 센서가 수상한 선박의 레이더를 감지해 아르고스 위성에 위치정보를 보내면 이를 분석해 누리집 ‘대양 파수꾼’에 올리고, 규제당국이 단속을 벌인다. 앙리 베이메르스키어슈 외 (2020) PNAS 제공.
앙리 베이메르스키어슈 프랑스 해양조류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인도양 남부에서 현장실험에 나섰다. 연구자들은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아프리카에서 뉴질랜드에 이르는 인도양 남부 해양에서 알바트로스 169마리에 초소형 데이터 기록 장치를 부착했다.
망망대해에서 어획 할당량을 넘겨 조업하거나, 목표 어종이 아닌 멸종위기종을 부수 어업으로 잡는 등의 불법어로를 선박, 항공기 또는 인공위성을 동원해 단속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알바트로스는 50마리가 한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2200만㎢의 바다를 커버했다.
레이더 센서 등 데이터 기록 장치를 등에 부착한 알바트로스가 날아오르고 있다. 앙리 베이메르스키어슈 제공.
게다가 나이 든 알바트로스는 어선 주변에서 먹이 구하기가 쉽다는 것을 알고 접근하며, 30㎞ 밖에서도 어선을 감지했다. 연구자들이 새에 부착한 기록 장치의 핵심은 불법조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쏘는 레이더를 감지하는 것이다.
선박은 자동 식별 시스템을 끄더라도 항행을 위해서는 레이더를 켜야 한다. 이 레이더는 해안에서 잡아내기엔 너무 약하지만, 선박에서 수 ㎞ 안에서는 감지할 수 있다. 선박에 접근하는 알바트로스의 센서는 쉽게 레이더를 포착했다.
센서가 레이더를 감지하면 그 위치 정보를 곧바로 인공위성에 보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 해당 국가나 지역 당국은 불법 어선을 단속하는데 필요한 핵심 정보인 실시간 위치 자료를 누리집에서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28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이 해역에서 알바트로스의 센서를 이용해 선박 353척을 감지했는데, 이 가운데 28.2%는 자동 식별 시스템을 끈 상태였다”며 “이번 실험 결과로 동물을 해양생태계 보전의 보초병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 개의 인도양 섬에서 날아오른 알바트로스의 비행 경로. 광범한 대양을 커버한다. 노란 점은 레이더를 감지한 지점이다. 노란 실선은 배태적 경제 구역(EEZ)이다. 앙리 베이메르스키어슈 외 (2020) PNAS 제공.
의도적으로 식별 시스템을 끈 선박의 상당수는 불법 어로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의 참치잡이 선단에 포함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또 알바트로스 말고도 어선에 이끌리는 습성이 있는 대형 바닷새인 슴새와 부비새도 ‘대양 파수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했다.
인용 저널:
PNAS, DOI: 10.1073/pnas.1915499117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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