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예술인 30명의 ‘절멸 선언’ 퍼포먼스
창작그룹 이동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기자회견 사진은 참가자들이 각자 발언한 모습을 추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공됐다. 이동시 제공
“나는 오늘 동물로서 말한다” 이날 동물이 된 모든 인간들은 같은 문장으로 입을 뗐다. “나는 오늘 이 순간 동물로서 말합니다.” 20일 오전 창작그룹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 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벌었다. 이동시는 2년 전부터 ‘동물축제반대축제’ ‘동물당 창당 퍼포먼스’ 등의 작품으로 동물, 환경, 기후위기를 예술로 표현해온 창작집단이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요조, 이슬아, 강하라, 김한민 등 동물의 권리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동물이 된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선언문을 1~2분 정도 낭독한 뒤 그 자리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늘 시국선언이 인간보다 먼저 절멸을 예감한 동물들의 유언”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퍼포먼스는 최근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고려해 ‘비대면 기자회견’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날 한 장소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되, 서로 시차를 두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차례로 현장에 도착해 각자의 선언을 낭독한 뒤 퇴장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30여 명 가운데 17명이 현장을 찾아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동시는 “각각 참가자들의 사진과 영상을 현장 촬영해 추후 합성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 모습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한민 시셰퍼드 활동가는 코로나19 중간 숙주로 지목받은 천산갑으로 발언대에 올랐다. 이동시 제공
뮤지션 요조는 “뱀은 온순하고 우아한 동물이지만 인간들에게 위협적인 동물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시 제공
‘코로나 주범’ 몰린 박쥐·천산갑의 반론 ‘또 다른 숙주’ 박쥐도 선언에 동참했다. 박쥐의 입장을 대변한 정혜윤 CBS 피디는 현장 참석 대신 선언문을 보내왔다. 정 피디는 “나는 니파,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다가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나에게로 왔다. 그 뒤로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고 적었다. 그는 바이러스 확산 때마다 도살처분 되는 돼지, 사향고양이, 밍크, 천산갑 등 동물의 처지를 이야기한 뒤 “누구도 더는 건들지 말라!”고 일갈한다.
참가자들은 인간의 얼굴과 대변하는 동물의 얼굴이 각각 반씩 그려진 선언문 카드를 들고 발언대에 올랐다. 돼지를 대변한 이슬아 작가(왼쪽)와 호저를 대변한 유계영 시인. 이동시 제공
팬데믹 근본 원인은 동물학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에 앞서 김한민 시셰퍼드 활동가는 ‘질병X 시대’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이동시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질병X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질병X는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예견한 ‘세계 대유행 바이러스 8가지’ 가운데 가장 마지막인 미지의 바이러스를 뜻한다.
이동시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연과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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