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개와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 다시 열어야죠”

등록 2020-08-28 16:04수정 2022-11-02 12:10

[애니멀피플]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임진평 감독
재개발 지역 사람들과 개·고양이 그린 다큐 27일 개봉
억울한 들개 쫓다가 달동네서 ‘동물 콘서트’ 개최까지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재개발 지역인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의 동네 개, 길고양이, 동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재개발 지역인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의 동네 개, 길고양이, 동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2017년 봄 임진평 영화감독의 귀를 잡아끈 뉴스가 있다. 도심과 이어진 산에서 사람을 위협하는 들개를 만날 수 있으니 등산객들은 각별한 주의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임 감독이 뉴스 화면에서 본 ‘들개’는 그저 못 먹어 비쩍 마른 백구와 목줄 흔적이 남은 믹스견일 뿐이었다. “무심코 카메라를 응시하는 백구의 눈길이 유독 마음에 걸렸던” 그는 들개가 생겨난 원인을 찾아 나섰다.

떠돌이 개와 길고양이들의 사연을 담은 다큐 영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감독 임진평)이 27일 개봉했다. 지난해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에서 ‘집사들의 힐링 다큐’로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미뤄지다 드디어 일반 관객에 공개된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을 그린 드로잉화. 투아이드 필름 제공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을 그린 드로잉화. 투아이드 필름 제공

다큐는 서울시 불암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백사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지명 때문에 뱀이 많을 거란 오해를 종종 사지만 사실 행정구역상 주소(노원구 중계동 104번지)를 딴 이름이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달동네라고 불리는 이곳은 재개발이 확정돼 2017~2018년 촬영 당시 이미 한 집 건너 한집이 비어있었고, 주민들도 곧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개와 고양이가 남겨졌다. 제작 기간 2년 2개월을 거쳐 1년여 만에 개봉을 맞는 임진평 감독을 이메일로 만나봤다.

-왜 들개에 주목하셨어요?

“2017년 봄 매스컴에서는 유독 들개에 관한 보도가 많았어요. 도시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키우던 개들을 버렸다고도 하고, 그 개들이 산으로 올라가 들개가 됐다는 거였죠. 어느 지자체에서는 들개를 잡아오면 마리당 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무개념 대책을 내놓기도 했어요.”

-다큐 도입부에 ‘들개가 동네 개가 된다면 어떨까’라는 부분이 있어요.

“처음부터 ‘사나운 들개’라는 프레임은 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한 일입니다. 들개가 생겨난 원인은 너무나 명쾌해요. 인간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개들을 버렸다는 사실보다 버려진 개들이 사나운 존재가 됐다는 것에만 주목하죠.”

임진평 감독은 “‘동물한테 뭐 저렇게까지 해’라고 하는 사람들의 비효율적인 선의가 세상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임진평 감독은 “‘동물한테 뭐 저렇게까지 해’라고 하는 사람들의 비효율적인 선의가 세상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그래서 재개발 지역을 찾게 되신 거군요.

“어느 날 마치 당시 저의 관심사를 알고 있었다는 듯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지인인 김성호 교수가 인근 백사마을에 들개가 있다며 조사하러 가게 됐다고 함께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서울시와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백사마을 반려동물 전수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었어요.”

당시 서울시와 카라는 백사마을 곳곳을 돌며 반려동물 개체 수를 조사하고 무료 중성화수술 사업을 벌였다. ‘들개 예방 프로젝트’였다. 임진평 감독을 이곳으로 이끈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조사를 도왔다. 이후 김 교수는 ‘동행 104’라는 쉼터를 만들어 백사마을 개와 길고양이를 보살폈고 이 과정은 다큐에도 담겼다.

-들개뿐 아니라 여러 동물의 사연이 등장해요. 동행 104 통해 입양간 개도 있고, 길고양이를 구조한 가정도 있고.

“누군가는 버리고 갔지만, 또 누군가는 거두는 공간이 바로 백사마을이었어요. 마지막 부분에 유기견들이 해외로 입양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은 사람들의 이런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애쓰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다큐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재개발 지역인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의 동네 개, 길고양이, 동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다큐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은 재개발 지역인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의 동네 개, 길고양이, 동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투아이드 필름 제공

-특별히 마음에 남는 사연이 있으셨나요?

“특별한 사연은 없었지만 촬영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점이 있었어요. 어떤 개도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1m 목줄에 묶여 산책 한 번 못 가는 개는 행복한 표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열악한 환경에서 살던 개도 사랑받으며 살게 되면 어느새 온전히 편안한 표정을 되찾았습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개를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죠.”

-개,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도 개최하셨어요.

“다큐의 마지막 촬영이 바로 2018년 9월16일 ‘개와 고양이를 위한 104 콘서트’였습니다. 백사마을을 제일 처음 찾았을 때 떠올렸던 그림도 바로 음악회였거든요. 이곳에 음악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짧은 줄에 묶인 개도 길에 사는 고양이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코로나만 아니라면 개봉 즈음 다시 한 번 개와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를 여는 게 목표였는데, 당장은 못하지만 사태 진정되면 꼭 다시 열려고요.”

2018년 9월 백사마을에서 펼쳐진 ‘개와 고양이를 위한 104 콘서트’. 투아이드필림 제공
2018년 9월 백사마을에서 펼쳐진 ‘개와 고양이를 위한 104 콘서트’. 투아이드필림 제공

다큐는 사람들이 빗속에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작해 마치는 모습으로 끝난다. 비 오는 산동네에 그랜드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지고 백사마을 곳곳 동물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당시 음악회는 백사마을 사연을 알릴 뿐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재개발 지역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너희도 음악을 들었을까”…개·고양이를 위한 콘서트)

-다큐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얼마 전 폭우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새끼들이 깔리자 그 앞에서 어미가 슬피 울어 구조된 사연을 봤습니다. 축사가 물에 잠기자 지붕에 올라가 새끼를 낳은 어미 소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연에 감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명의 소중함은 인간이나 동물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누군가는 개와 고양이를 위해 연주하고, 누군가는 다큐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묘 ‘래아’의 영향일까. 극영화로 데뷔한 임진평 감독이지만 다음 작품도 동물과 관련한 다큐를 작업 중이라고 한다. 래아는 2017년 10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촬영 당시 구조한 길고양이다.

다음 작품은 개 식용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그는 “개를 먹지 말자고 하면 대뜸 ‘소, 닭, 돼지는 왜 먹어’ 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정중한 다큐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소·돼지 도살 직전까지 이런 고통 줘야 하나?…“당장 개선해야” 1.

소·돼지 도살 직전까지 이런 고통 줘야 하나?…“당장 개선해야”

[웹툰] 우린 계속 걷자 2.

[웹툰] 우린 계속 걷자

누워서 하늘로 오줌 쏘는 분홍돌고래…영역 표시일까 놀이일까 3.

누워서 하늘로 오줌 쏘는 분홍돌고래…영역 표시일까 놀이일까

눈만 오면 펄쩍펄쩍 ‘개신나는’ 강아지들, 이유가 뭔가요? 4.

눈만 오면 펄쩍펄쩍 ‘개신나는’ 강아지들, 이유가 뭔가요?

동물원이 ‘희망’이기도 한 이유 5.

동물원이 ‘희망’이기도 한 이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