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중국 창펭수족관서 아이슬란드 생츄어리로 이주 적응훈련장 벗어나 바다쉼터에서 첫 수영 성공
지난해 수족관에서 벨루가 생츄어리로 이주한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9월28일 바다 적응훈련장 울타리를 벗어나 바다쉼터를 자유로이 수영하고 있다. 시라이프재단 제공
수족관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 흰고래가 드디어 울타리를 넘어 첫 바다수영에 성공했다.
영국 자선단체 ‘시라이프재단’은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벨루가 생츄어리’에서 보호 중인 흰고래(이하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9월28일 적응훈련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바다쉼터에서 헤엄쳤다고 밝혔다.
시라이프재단은 “그동안 임시수조에서 지내던 벨루가들은 지난 8월 바다 적응훈련장로 이동해 잘 적응해왔다. 이날 바다수영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에게 더 넓은 생츄어리의 자연환경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들은 “‘작은 한걸음(Little Steps)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벨루가들에게 바다쉼터를 소개하는 작업으로, 벨루가들은 짧은 시간 동안 바다쉼터와 적응훈련장을 오가게 하고 고래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벨루가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벨루가들이 헤엄친 바다쉼터(Open Water Sanctuary)는 헤이마이섬 클레츠비크 만(Klettsvik bay)에 조성된 보호구역으로, 테니스코트 약 17개 넓이(3만2000㎡)로 지어졌다. 지난해 6월 중국 창펭수족관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벨루가들은 그동안 생츄어리 내 방문자센터에 있는 임시수조에서 살았다.
세계 최초 벨루가 생츄어리의 ‘입주민’인 리틀 화이트(왼쪽)와 리틀 그레이. 시라이프재단 제공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는 전세계 많은 수족관 벨루가들처럼 3~4살 때 러시아 오호츠크 해에서 포획됐다. 2011년 수족관에 들어온 벨루가들은 약 10년간 흰고래 쇼에 동원됐다. 그러던 것이 2012년 세계 최대 수족관 ‘시라이프’가 창펭수족관을 인수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시라이프는 일찍이 고래류 전시·사육을 중단한 업체로, 수족관을 인수하며 이들이 사육하던 벨루가 3마리를 자연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 ‘돌고래 생츄어리’ 프로젝트였다. 시라이프는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공익재단 시라이프재단을 설립하고, 해양단체 ‘고래와 돌고래 보존’(WDC·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과 협업해 헤아마이섬 클레츠비크 만에 바다쉼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약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 사이 나이가 가장 많던 벨루가 ‘준준’은 폐사했고,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 두 마리만 지난해 헤이마이섬으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수족관 흰고래야 미안해-세계 최초 ‘돌고래 바다쉼터’)
고래가 바다수영을 한 것이 뭔 대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어미에게서 떨어져 긴 세월을 갇혀 지내던 고래들의 야생적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벨루가들은 2~10마리 많게는 2000마리까지 무리를 지으며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고향인 러시아와 다른 아이슬란드의 낮은 수온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생츄어리 내 임시수조에서 바다쉼터까지 이동하는 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벨루가 바다쉼터. 바다쉼터는 바로 세로 180m, 깊이 10m로 테니스코트 17개 면적으로 조성됐다. 남종영 기자
시라이프재단 담당자 앤디 불은 “우리는 벨루가들이 바다 적응훈련장으로 이동한 뒤 이룬 진전에 완전히 감동하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연환경을 탐험한 것이었지만, 벨루가들이 넓은 만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더 깊이 잠수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모두 7마리의 벨루가들이 수족관 및 고래류 사육시설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10마리의 벨루가들이 수입돼 전시·체험·쇼에 이용됐으나, 최근 거제씨월드·한화 아쿠아플라넷 등에서 벨루가·돌고래 폐사, 동물학대 논란 등이 이어져 고래들을 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