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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10년간 1000% 폭증…경찰 수사 매뉴얼은 ‘엉성’

등록 2020-10-07 08:59수정 2020-10-07 10:08

[애니멀피플] 정의당 이은주 의원 ‘경찰 매뉴얼’ 공개
동물보호법 위반 10년간 3천여 건…구속은 4명뿐
2016년 발간된 매뉴얼, 단 15쪽에 벌칙 조항만 나열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해마다 늘어 1000%이상 폭증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경기도 평택시 한 불법번식장에서 발견된 번식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해마다 늘어 1000%이상 폭증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경기도 평택시 한 불법번식장에서 발견된 번식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해마다 늘어 1000%이상 폭증한 가운데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경찰의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은 현장에서 활용되기에 턱없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7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1147%까지 증가했다. 2010년 69건, 2011년 98건으로 그쳤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지난해에는 914건으로 폭증했다. 2010년 78명이었던 피의자도 지난해엔 973명으로 늘어났다.

동물학대 사건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처벌은 미미했다.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3360명 중 구속된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했다. 2019년의 경우, 송치 인원은 973명이었지만 구속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 수사의 필요성도 커졌지만 경찰의 수사 매뉴얼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날 이은주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을 살펴보면, 사건 처리의 기준이 되어야 할 매뉴얼은 동물학대 사건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이 매뉴얼은 2016년 10월 제작돼 일선 경찰서에 배포됐다. 매뉴얼은 16페이지 분량으로 크게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현황 △동물학대 벌칙 개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벌칙 △기타 특별법상 동물학대 벌칙 △수사시 유의사항 등이었다.

주요 내용은 4가지 항목을 할애한 동물학대 관련 단순 현황이나 법 조항 설명이고, 실제 사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은 ‘수사시 유의사항’ 한 항목에 불과했다.

동물학대 사건은 대부분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며, 피해 당사자인 동물의 직접 증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찰의 빠른 판단과 증거수집, 피학대 동물 보호 등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뉴얼에 다양한 동물학대 사례와 수사시 단계별 대처방안을 수록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경찰청 수사 매뉴얼의 경우 이러한 내용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 수사와 가장 밀접한 내용이 담긴 수사시 유의사항은 3페이지에 불과했다. 수사경찰의 자세, 피해동물의 안전 최우선 원칙, 관련 법령 숙지, 학대증거 수집 등의 소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마저도 원론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유의사항은 수사경찰의 자세에 대해 “‘이 정도는 동물학대가 아니다’라고 성급하게 단정하거나 학대 의심자에게 동조하는 언행을 각별히 삼가”하라거나 “피해동물 발견시 사건수사와 동시에 관계 동물보호센터 신속한 인계 보호조치”를 하라고 적고 있다.

상식 수준의 지시사항을 간략하게만 적었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처리 프로세스 등을 소개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사매뉴얼이 현장에 제대로 배포되고 활용되어 왔는지도 미지수다. 이은주 의원실은 8일 국정감사에 앞서 경찰청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수사기법이 담겼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6월 발간한 ‘2020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에 소개된 내용.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6월 발간한 ‘2020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에 소개된 내용.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외 동물학대 수사 매뉴얼은 물론 국내 동물단체 매뉴얼보다도 부실한 수준이다. 2012년 미국 뉴햄프셔주 ‘동물의 인도적 대우를 위한 주지사위원회’가 연간보고서로 발간한 ‘동물학대에 대한 조사 및 기소-뉴햄프셔 법집행 사용자 매뉴얼(Animal Cruelty Investigation and Prosecution: A User Manual for New Hampshire Law Enforcement·이하 뉴햄프셔주 매뉴얼)은 부록을 제외한 본문만 50페이지 분량이다.

뉴햄프셔 주 매뉴얼은 사건 발생시 단계별 대응 뿐 아니라 학대 유형과 그 징후를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매뉴얼은 유형별 조사 권장사항을 적시하고 “동물학대가 가정폭력 및 기타 폭력범죄와 관련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최근 발간된 국내 동물단체의 매뉴얼은 일반시민도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해 배포됐다.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가 발간한 ‘2020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은 시민이 동물학대를 목격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요령, 대응방법 등을 실제 사건사례를 들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학대 여부 판단을 위한 체크리스트 뿐 아니라, 증거수집 방법 및 피학대 동물의 격리조치 요구 등의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 2016년 경찰청 수사 매뉴얼이 만들어진 이후 동물보호법이 다섯 차례나 개정됐지만 매뉴얼은 한번도 정비되지 않았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학대도 증가하는 만큼, 경찰의 전문성 있는 수사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을 전면개정하고, 경찰 직장교육에도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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