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가 국내 최초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촬영 시작할 때 적어도 16주령 이상이 되어야 한다
▶개들은 촬영 최소 2주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모든 영상물에서 실제 동물이 아닌 CG가 사용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권장한다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정하고 있는 권장사항들이다. 국내 4가구 중 1가구가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각종 방송, 영화, 뉴미디어에서 그 어느때 보다 쉽게 동물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동물들이 ‘사랑받는’ 시대, 미디어 속 동물들은 과연 얼마나 보호받고 있을까.
동물권행동 카라는 10월 31일 제3회 카라동물영화제 온라인 포럼을 열고, 국내 최초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카라는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유튜브 동물영상 400여 개를 모니터링하고, 시민과 미디어계 종사자 2천 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가이드라인은 미국 인도주의협회(이하 AHA)의 ‘영화 촬영 시 동물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the safe use of animals in filmed media) 을 참고하되 국내 현실을 반영해 제작됐다. 종종 미국 영화 엔딩 크레딧에 표시되는 ‘영화의 제작과정 중 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란 문구는 AHA의 승인을 받은 영화라는 뜻이다.
지난달 31일 카라는 제3회 카라동물영화제 온라인 포럼을 열고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공개했다. 카라 제공
총 4장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은 △동물 촬영 미디어 실태 분석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미디어 동물학대 관련법 △동물 출연 가이드라인 제작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출연 가이드라인은 동물과 인간 모두가 안전하기 위한 원칙을 담고 있다. 미디어가 동물을 담을 때의 준수사항뿐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의 세부사항, 종별 지침 등을 담고 있다. 미디어가 갖춰야 할 기본 사항은 6가지로, ‘동물을 감정이 있고 지각력이 있는 존재로 드러내야 한다’거나 ‘고의적으로 동물의 생명에 위협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촬영현장의 세부사항을 정한 체크리스트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둥물의 촬영시간과 쉼터 환경, 운송에 대한 지침을 제시할 뿐 아니라 동물이 출연하는 장면의 촬영방식까지 적고 있다.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 인근 동물병원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병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수의사를 대동하라는 식의 실제적인 조언들이다.
동물학대 신고매뉴얼도 정리해 넣었다. 촬영 현장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정황을 포착하거나 동물학대 영상을 접했을 때, 어떻게 신고하고 고발해야 할 지 절차와 방법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 별로 신고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것이 눈에 띄는 점이었다.
실제로 카라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동물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5명의 미디어 모니터링단이 79개 유튜브 계정의 413개 동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0%인 83개 영상이 동물학대 소지가 있었다. 시민 20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68%가 동물학대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표지. 카라 제공
카라 김명혜 교육아카이브팀 활동가는 “조회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등에서 동물 출연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규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상 소비자들이 문제제기 댓글을 달며 직접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누구나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제3회 카라동물영화제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코로나 여파로 올해 동물영화제는 언택트로 개최되며
동물권을 다룬 11개국 21편의 영화가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오는 4일까지 상영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