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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권일용 교수 “잔혹한 동물학대, 강력범죄로 인식해야”

등록 2020-11-05 20:36수정 2020-11-06 16:36

[애니멀피플] 카라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 토론회’ 개최
10년간 동물관련 범죄 1000% 폭증…처벌은 솜방망이
경철 “수사매뉴얼 개정, 내년부터 112신고 코드 신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복지국회포럼은 5일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동물학대를 강력범죄에 준하게 인식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갈무리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복지국회포럼은 5일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동물학대를 강력범죄에 준하게 인식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갈무리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1000% 폭증한 가운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을 강력범죄와 준하게 인식해 조사 시스템을 갖추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5일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관하고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주최한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카라의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 된 토론회에는 동물보호·학대 수사 담당자와 변호사, 수의사, 프로파일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김현지 카라 정책팀장과 인치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단장이 발제를 맡고, 김순영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국 경감, 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안유영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난해 범인이 실형을 받아 화제가 됐던 ‘경의선숲길 고양이 학대사건’의 자두 보호자 예미숙씨도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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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살해범은 실형 받았지만…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김현지 정책팀장은 동물학대 범죄는 나날이 더 잔혹해지는 반면, 처벌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의 최신 사례와 추이 및 동물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길’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현지 팀장은 최근 언론과 SNS를 통해 많이 알려졌던 경의선 자두 사건, 반려견 토순이 살해사건, 마포구 고양이 토막살해 사건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김현지 팀장은 “최근 자두 사건과 토순이 사건은 피의자가 모두 실형을 받아 희망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현행법상 동물학대의 정의는 범주가 굉장히 넓어 처벌이 어렵다. 동물보호법 제8조가 정하는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 한계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죽인 혐의를 받는 정아무개씨가 찍힌 CCTV 영상을 갈무리한 사진(왼쪽). 세제가 묻은 사료(오른쪽). 출처 인스타그램 @cd_cafe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죽인 혐의를 받는 정아무개씨가 찍힌 CCTV 영상을 갈무리한 사진(왼쪽). 세제가 묻은 사료(오른쪽). 출처 인스타그램 @cd_cafe
지난 7월24일 오후 5시30분, 고양이 ‘자두’를 기르던 경의선 숲길의 한 맥주가게 앞. 자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꽃과 포스트잇을 남기고 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지난 7월24일 오후 5시30분, 고양이 ‘자두’를 기르던 경의선 숲길의 한 맥주가게 앞. 자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꽃과 포스트잇을 남기고 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어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가 어떻게 다른 범죄와의 연관성을 갖는지도 설명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영국에서 반려용 닭을 수간하고, 아내에게 그 장면을 촬영하게 한 30대 남성의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이 남성의 집에서는 아동 음란물 수십 건과 마약 등이 발견됐다. 이 남성은 징역 3년형에 처해졌고, 평생 반려동물을 기를 수 없다는 내용의 명령도 함께 선고했다.

김 팀장은 1997년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과 동물구조단체 MSPCA의 ‘동물학대와 다른 범죄와의 상관성 연구’ 보고서 내용도 소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으며 연쇄살인범의 경우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미국 FBI는 2016년부터 국가사건기반보고시스템에 동물학대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으며, 4가지 유형(방치, 의도적 상해, 학대, 투견·투계, 성적 학대)으로 분류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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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못 막으면 사람에게도 큰 피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또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권 교수는 연쇄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유영철 등이 살인에 앞서 여러 마리의 개를 때리거나 죽인 사실이 면담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범죄자들의 심리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결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충격받게 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는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기 위한 의도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다. 강력범죄에 준하게 인식해 사건 발생 시에 초동대처, 과학 수사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복지국회포럼은 5일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유튜브 갈무리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복지국회포럼은 5일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유튜브 갈무리

이어 최근 길고양이의 사체를 끔찍하게 훼손하고 전시하는 등의 범죄를 예로 들며 “우리가 지금 이 단계에서 억제하지 못한다면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실한 수사 매뉴얼로 질타를 받았던 경찰은 이날 수사매뉴얼 개정과 112신고 코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순영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국 경감은 “지난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개벌적 통계가 없는 점이 아쉽다”며 “최근 동물학대의 미진한 수사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만큼, 동물자유연대 매뉴얼과 미국 뉴햄프셔주 매뉴얼을 입수해 분석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초동 조치부터 수사 종결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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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접속 60여 명…댓글 ‘후끈’

또한 112신고에 ‘동물학대 코드’를 신설해 동물학대 통계관리를 해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경감은 “그동안 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신고 코드는 있었지만, 사람이 동물을 가해하는 코드가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정확한 통계와 사건 대응을 위해 내년부터 신고 코드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낮시간에 진행됐지만 온라인 동시간 참가자가 60여 명을 넘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동물학대 사건의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요구하는 참가자들의 댓글과 질의 등이 쏟아졌다.

특별손님으로 초대된 예미숙 자두 보호자는 “저는 가족을 잃었는데 법은 재물을 잃었다고 했다. 가족을 뺏긴 비통함을 이해 못하는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저에게 두 번의 상처를 줬다”며 “동물범죄 처벌강화와 수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제2, 제3의 자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6월 발간한 ‘2020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에 소개된 내용.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6월 발간한 ‘2020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에 소개된 내용. 동물자유연대 제공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안치권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단장은 경기도의 동물보호 경찰제도와 동물범죄 대응 사례를 소개했고,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박주연 공동대표는 동물학대사건의 국내 처벌 현황과 해외 동향을 짚었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교 교수는 동물부검의 필요성과 현실적 한계에 대해, 안유영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과장은 동물복지 전담조직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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