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서가 고경원 대표의 반려묘 ‘하리’가 소개하는 새 책 ‘괜찮아, 함께할 시간이 아직 있잖아’. 야옹서가 제공
어쩌면 반려동물이 반려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은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냥 사실을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 “애초에 정말로 모스케가 죽는다고 생각이나 한 걸까? 이렇게 당황하는 나에게 오히려 당황했다.” 림프종 시한선고를 받은 14살 고양이 모스케의 반려인 스즈키처럼 말이다.
내 고양이의 죽음이라는 숙명을 마주할 모든 반려인들을 위한 책이 출간됐다. 본격 고양이 간병만화 ‘괜찮아, 함께 할 시간이 아직 있잖아’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양이 모스케와 반려인의 스즈키가 함께한 마지막 두 달간의 투병기를 다루고 있다. 고양이 서적 전문출판사 ‘야옹서가’의 열한 번째 책이다.
30대 직장인 스즈키는 혼자 살고 있지만 그다지 외롭지 않다. 퇴근 시간이면 현관으로 뛰어나와 코 뽀뽀를 날리는 고양이 모스케 덕이다. 그런 모스케가 어느 날부터인가 무기력해지고 구토를 하는 날이 잦아졌다.
병원을 찾은 스즈키가 얻은 병명은 림프종. 완치가 힘들다는 진단에 “정말 너무 아는 게 없는 형편없는 반려인”이라는 자책이 이어지지만, 길고양이 보호활동가 달리아 씨의 조언으로 그는 고양이와의 마지막 나날을 다시 힘 있게 꾸려가기 시작한다.
만화는 시한선고 후 달라진 스즈키와 모스케의 일상을 통해 언젠가 예고없이 닥칠 고양이의 질병, 노환을 맞이하는 반려인의 자세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총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각 장에는 슬프고 당황스러운 반려인의 심리뿐 아니라 고양이 약 먹이기, 노묘를 위한 인테리어, 임종 전후의 준비사항, 펫로스 극복법에 이르는 실용적인 정보까지 충실히 싣고 있다.
특히 부담없는 스토리와 귀여운 그림체는 노묘 간병과 관리를 친절히 안내한다. 편안한 환경 꾸미기부터 투약 요령, 식사 준비법, 발작 대처법 등은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동물의 반려인 뿐 아니라 일반 반려인도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이기도 해 간단한 ‘핸드북’이 될 법하다. 또한 각 챕터마다 간병 중의 에피소드 뿐 아니라 ‘고양이 선배의 지혜 보따리’, ‘수의사 칼럼’ 등을 실어 실질적인 조언과 상담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괜찮아, 함께할 시간이 아직 있잖아’ 18~19쪽. ⓒ2021.야옹서가
‘괜찮아, 함께할 시간이 아직 있잖아’ 38~39쪽. ⓒ2021.야옹서가
책은 올해 창간 21주년을 앞둔 일본 고양이 잡지 ‘네코비요리’에 연재된 만화를 묶은 것이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저 자신도 17살 노묘 스밀라의 신부전 투병을 지켜보며 고양이 간병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절감했다. 고양이 간병 당사자로서, 이 책이 갑작스러운 질병과 노환,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준비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출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의사 칼럼 등 전문적인 내용의 감수는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대표원장이 맡았다. 박정윤 원장은 “투병은 질병에 맞서는 전투가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 책이 너울거리는 마음을 잡아줄 따뜻한 조언자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고 추천사에 적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