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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에 새긴 숫자들의 의미, 알고 구입하시나요?

등록 2021-02-23 12:29수정 2021-02-23 16:01

[애니멀피플]
동물자유연대, 2021 케이지프리 시민인식 조사
94% 난각표시제 알지만 정확히 아는 건 6.4%뿐
동물자유연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신선한 달걀을 표시하는 난각표시제. 달걀 껍질에 산란일과 사육환경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표시해 소비자가 좋은 달걀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난각표시제 자체는 많이 알려진 반면, 표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소비자는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최근 1개월 내 달걀 구매 경험이 있는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케이지프리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이다.

케이지프리(Cage Free)는 밀집사육으로 생산되지 않은 축산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밀집사육 공간인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 한 마리는 A4 용지 한 장 크기 정도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달걀을 낳는다. 몸도 돌리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닭들은 진드기와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항생제와 진드기 퇴치제 등을 맞고 뿌리게 된다.

밀집사육 농장의 닭들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평생을 살며 달걀을 생산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밀집사육 농장의 닭들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평생을 살며 달걀을 생산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런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은 지난 2017년 8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며 크게 논란이 됐다. 이후 ‘살충제 달걀’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난각코드를 보고 달걀을 구매하면서 난각표시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현재 난각표시제는 4자리의 산란일과 생산 농장번호, 닭의 사육환경 등을 표시한 10자리 문자로 표기되고 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94%는 난각표시제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각표시제에 표시되는 정보를 정확히 아는 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6.4%에 그쳤다. 또한 난각표시제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44.9%만이 실제 이를 고려해 구매했다고 응답하여 인지도와 구매 경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주된 이유로는 △표시되는 정보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거나(31.8%), △포장재에 가려져 확인이 어려움(25.5%)을 꼽았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사육환경 4번(배터리 케이지) 달걀의 포장재를 제시하고, 연상되는 사육환경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71.8%가 케이지프리(사육환경 1, 2번 달걀)일 것이라고 응답하여 난각표시제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사육환경을 고려한 구매를 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난각표시제에서 맨 마지막 숫자인 1~4는 사육환경을 표시한다. 1번은 자유 방사, 2번 축사 내 방사, 3번 개선 케이지, 4번 배터리 케이지로 숫자가 높아질 수록 닭들의 사육환경은 열악해진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김수진 활동가는 “달걀 껍데기에 숫자로만 표기되는 난각표시제는 사전 지식이나 소비자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다 쉽게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EU와 같이 ‘포장지 표시제’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EU의 경우,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난각과 포장재 모두에 사육환경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포장재에 난각에 표시된 번호에 대한 설명을 명시하고 있으며, 포장재 전면에 방사 사육(Free range)와 케이지 사육(Caged)여부를 기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케이지프리 달걀 구매 경험은 3년 새 18%p이상 급증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9.3%가 최근 1개월 이내 케이지프리 달걀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8년 농촌진흥청의 ‘동물복지 인증 달걀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동물복지인증달걀 구매경험은 20.8%로 조사된 바 있다. 이들이 동물복지 달걀을 구매한 이유는 △식품 안전성(25.8%) △달걀 품질(24.5%) △신선도(22.0%) △동물복지(18.4%)등의 순서였다.

비구매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높은 가격’(60.4%)이었다. 소비자들이 제시한 동물복지 달걀의 적정 가격은 6589원(일반란의 1.32배)으로 현재 케이지프리 달걀의 시장가(일반란의 1.8배 수준)와 괴리가 있었다. 가격제시 전 케이지프리 달걀 구매의향이 64%인데 비해, 가격을 제시했을 때는 35%로 낮아져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소비 전환에 큰 제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시민인식의 확대로 개인의 케이지프리 달걀 구매 경험은 증가하고 있다. 소비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포장재 표시제 도입과 케이지프리 농가의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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