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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달 ‘종교계 노벨상’…“인생 최고의 발견” 묻자 그가 한 말

등록 2021-05-21 15:04수정 2021-05-24 18:08

[애니멀피플]
올해 템플턴상에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삶을 의미있는 방식으로 공유하는 동물, 지각 있는 존재”
“코로나, 동물 영역 좁아져 병원체 쉽게 사람으로 건너뛴 결과”
1997년 구달이 3년생 암컷 침팬지 바하티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나니유키(케냐)/ AP 연합뉴스
1997년 구달이 3년생 암컷 침팬지 바하티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나니유키(케냐)/ AP 연합뉴스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87)이 ‘종교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존 템플턴 재단은 21일 “구달 박사가 평생에 걸쳐 과학적·영성적 호기심으로 인류가 자연 세계와 어떻게 연결됐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공적을 밝혔다.

탬플턴상은 영국 사업가 존 템플턴 경이 1972년 제정한 상으로 우주와 인류에 대해 가장 깊숙한 질문을 탐구한 이에게 수여하며 상금은 노벨상보다 많은 150만 달러(약 17억원)이다. 첫 수상자인 테레사 수녀를 비롯해 주로 종교인이 상을 받아 1992년 우리나라의 한경직 목사가 수상하기도 했지만 2009년 프랑스 양자물리학자 베르나르 데스파냐 등 최근 과학자들도 종종 상을 받는다.

헤더 템플턴 딜 재단 이사장은 “구달의 발견은 동물의 지능에 대한 세계관을 바꾸었고 인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구달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영상에서 “지금까지 한 최고의 발견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동물도 지각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실 그것은 어릴 때 개를 기르면서 이미 알던 내용”이라며 “삶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동물이라면 당연히 지각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계도 차츰 이를 이해해 사람도 나머지 동물계의 일원이라는 점을 점점 깨닫고 있다”며 “개와 침팬지가 없었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년에 300일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던 구달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백만 명과 소통한다. 수상 소감 동영상 갈무리
1년에 300일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던 구달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백만 명과 소통한다. 수상 소감 동영상 갈무리
구달은 1960년 탄자니아 곰베강 국립공원에서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를 평생 지속했다. 60년 이상의 연구 가운데 유명한 것은 침팬지가 흰개미 집에 지푸라기로 낚시질하는 등 사람의 전유물로 알려진 도구를 사용한다는 발견이었다.

그는 침팬지가 사람과 유전자뿐 아니라 감정, 지능, 가족과 사회관계도 비슷하다며 “사람에게만 개성이 있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다른 원숭이를 사냥해 잡아먹고 무리 내 폭력과 무리 사이 전쟁 등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침팬지의 본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콩고의 제인 구달 침팬지 생추어리에서 나이 든 침팬지가 과일을 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콩고의 제인 구달 침팬지 생추어리에서 나이 든 침팬지가 과일을 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 침팬지에 대한 관심은 지구의 야생동물이 처한 위기에 눈뜨게 했다. 구달은 1986년 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기억을 이렇게 술회했다. “숲이 파괴되고 침팬지가 줄어들며 점점 많은 영장류가 의학 실험실과 놀이시설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대회에 과학자로 참가했지만 나올 때는 활동가였다.”

이후 구달은 세계 곳곳에 19개 지부를 둔 제인구달연구소를 통한 침팬지 연구와 보호활동과 함께 1991년부터는 청소년 프로그램 ‘뿌리와 싹’을 100여개 나라 1만개 이상의 그룹으로 키웠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 300일쯤은 여행하는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제인 구달이 2012년 11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제인 구달이 2012년 11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코로나19 팬데믹은 그의 활동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해 “수백만 명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인 상태가 됐다. 지난해에는 팟캐스트 ‘호프캐스트’(Hopecast)를 열기도 했다.

구달은 최근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근본적으로 자연을 무시하고 동물을 억지로 사람 가까이 두어 병원체가 손쉽게 사람으로 건너뛰게 해 일어났다”며 “게다가 동물을 철저하게 무시해 사냥하고 죽이고 먹고 포획하고 밀수출하는 한편 끔찍하고 비위생적이며 아주 아주 잔인한 공장식 축산 농장에 몰아넣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팬데믹을 넘어 기후변화와 자연 상실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맞서려면 생존을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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