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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개 물림 사고, 안락사 논쟁보다 중요한 건…”

등록 2021-05-31 14:46수정 2021-05-31 16:04

[애니멀피플]
견주 처벌·사고견 처분만큼이나 동물보호 시스템 개선 중요
카라 “인근 개농장 언제든 개들 탈출할 수 있는 구조”
5월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인근에서 50대 주민을 공격해 사망케 한 유기견이 포획돼 마취된 상태로 누워있다. 현재 사고견은 남양주시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5월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야산 인근에서 50대 주민을 공격해 사망케 한 유기견이 포획돼 마취된 상태로 누워있다. 현재 사고견은 남양주시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5월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벌어진 개 물림 사망사고는 ‘책임’을 물을 견주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견주 처벌이나 사고견 처분은 중요하다. 다만 동물단체 쪽은 이번 사건의 근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유사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5월27일 사고 현장을 찾아 인근 불법 개농장을 조사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카라는 “현재 모든 언론과 경찰이 견주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견주를 찾아 엄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외에도 문제의 본질을 면밀히 살펴 참사의 원인을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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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패여 있던 사고견…“방치·학대의 결과”

앞서 5월22일 남양주시 야산에서는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개가 50대 주민을 뒤에서 공격해 숨지는 사고가 발했다. 포획 당시 개에게는 목줄 흔적이 뚜렷했지만, 반려인이 특정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 개 물림사고가 발생하면 반려인에게 개 관리·감독 의무에 따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사람이 숨졌지만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는 특이한 상황에 놓여 있다.

5월27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사고 현장 인근 불법개농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45마리의 개를 사육 중이던 개농장은 논란이 일자 30일 자진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 카라 제공
5월27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사고 현장 인근 불법개농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45마리의 개를 사육 중이던 개농장은 논란이 일자 30일 자진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사진 카라 제공
이에 따라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사고견의 반려인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5월27일에는 유례없는 동물 대면조사도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경찰견 훈련사·동물행동전문가 5명과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또 사고견과 사고 현장 인근 불법 개농장 주인과의 대면조사, 개농장 개들과의 반응, 귀소 본능 등을 살폈다.

카라는 “방송에 보도된 개(사고견)는 많이 마른 상태로 목줄 부위가 조여져 진물과 피가 확인되었다. 어릴 때부터 채워진 목줄이 커가면서 파고 들어간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이번 비극이 개들에게 가해지는 일상화된 방치 학대의 결과임을 주목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사고견과 같은 떠돌이 방치견, 들개들이 발견되는 이유로 △만연한 개농장의 방치 사육 △재개발 지역에서의 유기 △일상적인 마당개 방치 사육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사고 현장 인근에는 개 45마리를 사육하는 불법 개농장이 있었다. 현재 개농장은 지자체와 경찰, 동물단체, 언론의 관심 탓인지 30일 자진 철거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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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여부 정하는 법이 없다

개농장을 찾았던 카라는 “개들이 수용된 사육환경은 지옥과도 같은 학대 현장이었다. 좁은 뜬장 안은 오물과 배설물이 뒤섞여 겹겹이 쌓여 있었고, 밥그릇엔 음식물 쓰레기가 한가득 있었다”고 전했다. 카라 전진경 대표는 “이런 학대와 방치가 들개를 양산하는 구조다. 케이지가 허술해 큰 개의 경우 탈출하기도 쉽다. 문제의 개도 농장 케이지 안에 있다가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열악한 환경과 관리 부실이 유기견, 들개를 양산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견주’를 찾기 위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인근 주민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남양주북부경찰서 제공
경찰은 ‘견주’를 찾기 위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인근 주민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남양주북부경찰서 제공
더불어 개 물림 사고 책임을 개에게만 물어 안락사로 봉합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면밀한 수사를 통해 견주를 엄벌함은 물론, 사고견의 공격성 기질 평가를 시행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개 물림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 사고견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할지 정하는 규율이 없다. 왜 공격성을 보이는지, 훈련이나 치료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등을 점검해 안락사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3조는 산책 시 목줄 의무, 맹견 입마개 착용, 맹견 의무보험 가입 등 반려인의 관리 책임과 의무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인의 방관·방치로 인한 개 물림 사고 처벌이나 사고견에 대한 추후 조치에 대한 조항은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원 바이트 룰’을 적용한다. 초범의 경우 강하게 처벌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개’로 등록해 관리하는 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원 바이트 룰’을 적용한다. 초범의 경우 강하게 처벌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개’로 등록해 관리하는 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원 바이트 룰’(One-Bite Rule)을 적용한다. 반려인이 자신의 개가 공격성이 있거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이전에 사람을 문 적이 있을 때에 한해서만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것이다. 대신 사고 낸 반려견은 ‘위험한 개’(Dangerous dog) 혹은 ‘공격적인 개’(Vicious dog)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수의사로 일했던 권혁호 디엔씨델리 대표는 “보호자가 조심해야 한다, 반려견의 성향을 살펴서 대처하라 등의 말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개 물림 사고가 나면 보호자에게 어떤 처벌을 할 것인지, 사고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데, 법 조항 마련이 안되어 있으니 사건이 날 때마다 논쟁만 벌어지다 끝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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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종 확대는 맹점 있을 수도…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개물림 사고로 이송된 환자는 약 1만1000여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6건의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는 꼴이다. 반복되는 개 물림 사고에 일부에서는 현재 5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맹견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는 개 물림 사고를 단순히 견종의 문제로 받아들이면 맹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은 “남양주 개물림 사망사고가 개농장 인근에서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려견뿐 아니라 번식장, 개농장 개들도 모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카라 제공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은 “남양주 개물림 사망사고가 개농장 인근에서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려견뿐 아니라 번식장, 개농장 개들도 모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카라 제공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은 “특정 견종, 대형견이라고 해서 더 공격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특정 견종에 대해서만 조심하면 된다는 왜곡된 생각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 물림 사고는 제대로 사회화가 되지 않은 개들에게서 발생한다. 맹견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사고견은 교육에 목적을 둬야 하고 사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 보호자에게 책임, 관리 의무를 강하게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24년 동물복지종합계획’에 개 물림 사고 예방체계를 포함시키고, 내년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으나 아직 개정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당장 법제화하더라도 시행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마련 중인 예방체계는 ‘기질 평가제’로 위험한 개의 기질(공격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혹은 안락사 명령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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