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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인터뷰] 미드 ‘프렌즈’ 감독의 질문 “개고기 어찌 생각하세요?”

등록 2021-06-15 15:11수정 2021-06-17 09:36

[애니멀피플] 다큐 ‘누렁이’ 찍은 케빈 브라이트 감독
4년간 시민·농장주·육견협회·동물단체 인터뷰
“의견 분분한 개고기산업 정확하게 담고 싶었다”
다큐 영상 유튜브 통해 무료 시청 가능
미드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감독의 다큐 ‘누렁이’는 한국 개식용 산업을 다루고 있다. ‘누렁이’는 지난 7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미드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감독의 다큐 ‘누렁이’는 한국 개식용 산업을 다루고 있다. ‘누렁이’는 지난 7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개 식용은 우리 전통 문화일까, 사라져야 할 구습일까. 자그마치 30년 넘게 이어져 온 논쟁이다. 해마다 여름 복날이 가까워 오면 올해는 반드시 개·고양이 식용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또 개고기 타령이냐’고 할 사람도 있다. 혹은 ‘아직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라지만, 개 식용 문제는 적당히 해묵은 주제가 되어 관심에서 밀려나 있다. 이런 개고기를 다시 우리 앞에 들고 나타난 이방인이 있다.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66) 감독이다. 그가 지난 7일 한국 개 식용 산업을 다룬 다큐 ‘누렁이’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이번 영화를 후원금이나 지원금 없이 전액 자비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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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75명 인터뷰…‘개고기 어찌 생각하세요?’

미국 베테랑 감독은 어떻게 한국 누렁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6월10일 애니멀피플이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브라이트 감독을 만났다. 매듭 단추가 돋보이는 생활 한복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처음부터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처럼 세련된 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처럼 세련된 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한국 같이 교육이나 경제의 위상이 높고 세련된 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길 처음 들었을 때, 개고기 시장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한국 개고기 산업을 이야기해 준 것은 친구 태미(Tami Cho Zussman)였다. 브라이트 감독의 아내 클라우디아와 태미는 한국의 개농장 구조견들을 미국으로 입양하는 단체 ‘도브 프로젝트’(DoVE Project)의 설립자다.

태미는 다큐 ‘누렁이’에서도 내러티브를 이끄는 화자로 등장한다. 왜 감독 자신이 아니라 태미였을까. “영화 자체가 태미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난 태미는 개고기 산업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점점 더 깊이 알게 되죠.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그처럼 상황을 알아갈수록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큐 ‘누렁이’의 한 장면.
다큐 ‘누렁이’의 한 장면.

브라이트 감독은 2017년부터 4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식용견 농장주, 육견협회 관계자, 수의사, 대학 교수, 국회의원, 동물보호 활동가 등 개 식용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 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2017년부터 4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식용견 농장주, 육견협회 관계자, 수의사, 대학 교수, 국회의원, 동물보호 활동가 등 개 식용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 했다.

한국에 와서 개식용 산업 관련자들을 만나니 방향은 더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한국인들도 개고기 소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더라구요.” 다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일에서 시작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그가 4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만난 사람은 70여명에 달한다. 일반 시민부터 식용견 농장주, 육견협회 관계자, 수의사, 대학 교수, 국회의원, 동물보호 활동가까지, 다큐는 개고기를 둘러싼 각각의 관점과 의견을 다각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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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전기도살 장면을 포함시킨 이유

그의 카메라가 찾은 곳 또한 편견을 뛰어 넘는다. 뜬장과 음식쓰레기가 없는 현대화한 대형 개농장, 17살 된 반려견을 키우며 개소주를 만드는 경동시장의 건강원, 그리고 무엇보다 개 전기도살 현장이 그렇다. “저는 개고기 산업 종사자 분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영화를 찍을 때 선입견 없이 촬영할 거라 말씀 드렸고,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다큐 70분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손꼽힐 도살 현장은 육견협회 쪽에서 제안한 촬영이었다. “개 도살장면에 대한 근거 없는 영상들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 다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협회의 판단은 빗나갔다. 브라이트 감독은 그가 취재한 열악한 현장 중 일부는 일부러 영화에 담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가 “관객들을 화나게 하려고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전기 도살 장면만은 꼭 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압의 전류를 45초 동안 살아있는 동물에게 흘려 보내면 내장까지 타서 죽게 됩니다. 단순한 도살이 아니라 그건 학살이예요.”

개를 키우는 반려인으로서 촬영 과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감정이 복받쳐 올라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 목표를 이룰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이나 비난하는 마음 없이 촬영에 임하자, 업계 관계자들도 모두 친절하게 그의 인터뷰에 협조했다.

다큐에는 구조한 동물을 불법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도 등장한다. 브라이트 감독은 박 전 대표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재판 중인 사안이라 공식적인 의견을 말하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다큐에는 구조한 동물을 불법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도 등장한다. 브라이트 감독은 박 전 대표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재판 중인 사안이라 공식적인 의견을 말하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그 때문인지 영화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녹아있다. ‘악마화’ 되기만 했던 개 농장주의 나이 들고 빈궁한 처지나, 개소주가 건강에 좋다는 소박한 믿음으로 건강원을 꾸리는 시장 상인의 이야기는 개 식용 산업의 향방이 간단치 않다는 걸 시사한다. “그들도 개고기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한 산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걱정되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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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산업의 더 나은 해결책

이런 기성 세대가 사라지면 개고기 산업도 사라질까. 브라이트 감독은 말을 아꼈다. 대신 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종을 전환하게 한다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그런 가운데 한 해 200만마리 개들이 도살당합니다. 그 정도의 개가 소비 되려면 상시적으로 600만~700만마리 개가 개고기 산업 테두리에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 많은 개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호프’(왼쪽)와 ‘오스카’를 반려견으로 입양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호프’(왼쪽)와 ‘오스카’를 반려견으로 입양했다. 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더 나은 해결책은 어쩌면 그가 이미 제시했는지도 모른다. 브라이트 감독은 2017년 한국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호프’와 ‘오스카’를 입양했다. “개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모든 식용견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호프’라 이름 붙였어요.” 먹는 개와 키우는 개가 다르지 않다는 간단한 믿음으로 말이다. 다큐 ‘누렁이’ 전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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