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원인 두고 대기오염, 감전설 나와…전문가들 “맹금류 쫓긴 무리가 땅에 충돌 가능성"
멕시코 북부 쿠아우테목의 도로에 수백 마리의 새가 죽은 채 발견됐다. 쿠아우테목 경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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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마리의 새들이 검은 연기처럼 하늘에서 건물과 도로 위로 쏟아져 내렸다. 대부분은 다시 날아올랐지만 수백 마리가 도로 위에 죽은 채 널브러졌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다.
지난 7일 멕시코 북부 도시 쿠아우테목의 보안카메라에 찍힌 모습이다. 이를 처음 보도한 매체인 ‘엘 헤랄도 데 치와와’는 “아침부터 도로와 인도에 수백 마리의 블랙버드가 죽어 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경찰에 잇달았다”고 보도했다.
죽은 새는 노랑머리대륙검은지빠귀로 북미의 캐나다와 미국 북부에서 번식하고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에서 월동하는 철새인데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떼죽음한 노랑머리대륙검은지빠귀. 해마다 캐나다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멕시코로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이 매체는 새의 사인으로 수의사와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 화목 보일러의 독성연기를 마시거나 고압선에 감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영상을 본 많은 조류 전문가들은 맹금류의 습격을 받은 지빠귀떼가 방향을 잃고 도로에 부닥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가창오리의 군무. 맹금류에 쫓기면 무리가 촘촘하게 뭉치고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지면에 충돌할 위험도 커진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리처드 브로튼 영국 생태학 및 수문학 센터의 생태학자는 “영상에서 맹금류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사태가 맹금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99% 확신한다”며 “맹금류가 습격하자 새들이 조밀한 무리를 이뤄 지면 근처로 쫓기다가 무리의 밑에 있던 새들이 바닥과 충돌했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2020년 12월 웨일스 북부에서도 찌르레기 200마리가 도로에서 떼죽음했는데 이를 조사한 경찰은 “새떼가 맹금류의 공격을 피하려다 땅에 부닥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2020년 웨일스 북부에서 일어난 찌르레기 떼죽음을 조사한 경찰은 맹금류 회피 비행 때문으로 결론 내렸다. 웨일스 경찰 제공.
영상을 본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맹금류는 새들의 무리를 흐트러뜨려 이탈한 새들 잡아먹기 때문에 새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무리를 유지하려 애쓴다”며 “맹금류가 무리의 위에서 습격한다면 아래로 밀린 새떼의 일부가 바닥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