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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비둘기, ‘불임모이’ 먹이자 개체수 55% 줄었다

등록 2022-04-21 15:53수정 2022-04-21 16:24

[애니멀피플]
바르셀로나 공공지역 34곳에 불임모이 자동급여기 설치
매일 같은 시간대 분사하자…비둘기들 때 맞춰 모여들어
도심 집비둘기에게 불임모이를 급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3년간 비둘기 개체수가 55%이상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심 집비둘기에게 불임모이를 급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3년간 비둘기 개체수가 55%이상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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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집비둘기에게 불임모이를 급여한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3년간 비둘기 개체수가 55%이상 감소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박사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엠디피아이(MDPI)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바르셀로나 공공장소 34곳에 자동급여기를 설치한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실험군(불임 모이를 먹은 무리)에서 22%의 개체가 준 반면, 대조군(일반 곡식을 급여)에서는 13%의 비둘기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말 연구 종료 시점에서 비둘기의 개체수는 처음보다 55.2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시의회는 도심 내 약 8만5000마리의 집비둘기에게 피임 효과가 있는 불임모이를 급여하기로 결정했다. 건축가 가우디의 여러 건축물과 까딸루냐 광장 등 관광 명소가 많은 바르셀로나시는 매해 늘어나는 비둘기와 비둘기의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5년까지는 비둘기가 과밀한 지역이나 피해 신고가 들어온 곳에 한해 새를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관리했지만, 이 방법은 높아진 동물복지 인식에도 어긋나고 이미 2009년 다른 연구를 통해서 비둘기 개체수 감소에 큰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

매일 같은 시간 모이를 급여받은 비둘기드은 자동급여기가 작동하기 15분 전부터 주변에 모여들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매일 같은 시간 모이를 급여받은 비둘기드은 자동급여기가 작동하기 15분 전부터 주변에 모여들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연구자들은 먼저 바르셀로나의 10개 지구를 방문해 실험군과 대조군을 선별했다. 실험군이 되는 지역은 주로 모여드는 비둘기의 마릿수가 100마리 이상이고 광장과 공원, 시장, 교회 주변이거나 시의회가 시민들로부터 비둘기 관련 민원을 접수한 장소가 선정됐다.

실험군이 된 비둘기 무리는 번식이 가능한 2~11월까지 매일 오전 7~8시에 자동급여기를 통해 불임모이를 제공 받았다. 불임모이는 조류의 알 생성을 억제하는 약제인 ‘나이카바진’(Nircabazin)이 포함된 사료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거위와 비둘기에게 급여하고 있다.

공중 쓰레기통 모양으로 디자인된 자동급여기는 설정한 시간이 되면 약 5미터 주변에 모이를 흩부리게 된다. 자동급여기의 최대 용량은 30㎏에 달하지만, 나이카바진의 권장 용량을 맞추기 위해 모이의 양은 최대 110여 마리 분으로 제한했다. 여러 실험지역에서 비둘기의 개체수는 대략 120~200마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바르셀로나시 34곳에 모이 자동급여기를 관찰했다. 불임모이가 든 자동급여기(파란색)와 일반 곡식을 넣은 급여기(초록색)의 개체수를 비교한 결과 바르셀로나 현격한 감소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연구진은 바르셀로나시 34곳에 모이 자동급여기를 관찰했다. 불임모이가 든 자동급여기(파란색)와 일반 곡식을 넣은 급여기(초록색)의 개체수를 비교한 결과 바르셀로나 현격한 감소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연구진들은 각각의 자동급여기로 모여드는 개체들을 파악하기 위해 비둘기 다리에 색이 다른 띠를 채웠는데, 귀소본능이 강한 비둘기들은 대체로 지역을 옮겨다니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 머물렀다. 또 매일 급여기가 모이를 뱉어내는 시간을 인지한 뒤로는 급여시간 15분 전부터 개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렇게 3년간 불임모이를 급여받은 비둘기 개체는 유의미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이전 기간에 비해 31%(1115마리), 2019년에는 26%(706마리)가 줄어들었다. 어린 비둘기의 비율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는데, 연구 종료시점에서 18개 비둘기 무리 내에서 어린 비둘기의 비율이 실험군은 11%였던 반면 대조군에서는 36%에 달했다.

개체수 조절 대상이 아닌 다른 조류에 대한 부작용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표적종이었던 염주비둘기(Eurasian collared doves)가 불임모이를 섭취하는 것이 육안으로 관찰됐지만 이외의 종은 불임모이를 먹지 않았고, 깃비둘기도 평균 옥수수 알갱이 6개 정도의 알갱이를 섭취했다.

비둘기가 아닌 다른 조류가 불임모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소량을 섭취했고 영향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비둘기가 아닌 다른 조류가 불임모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소량을 섭취했고 영향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를로스 곤잘레스-크레스포 등 (2022) 애니멀스 제공.

연구진은 “집비둘기의 불임모이 급여는 비둘기의 개체수를 감소할 뿐 아니라 비표적종에 대한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비둘기를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기존 방법보다 동물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시의회에서는 불임모이 급여에 대한 시민 인식 캠페인이나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서는 지난해 6월 인천시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INAC’가 불임모이 사료 급여에 앞서 비둘기의 개체수 파악과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힌다 있다.

인용 논문: MDPI DOI:10.3390/ani12070856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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