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메라에 잡힌 여우(SKM-2121). 국립공원공단 제공
소백산 일원에 방사된 야생 여우가 200㎞ 떨어진 부산으로 가 삶터를 차렸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5일 “지난 겨울 소백산에 방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여우(SKM-2121) 수컷 1마리가 부산으로 이동하여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15일 경북 영주의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난 이 여우는 자연적응 훈련을 거친 후 12월3일 경북 영주시 단산면 일원에 방사됐다. 이 여우는 소백산 일원에서 약 80일가량 머물다가 2월부터 강원 동해시로 이동한 뒤 태백산맥을 따라 남하해 지난 5월20일 부산의 한 야산에 도착해 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송형근 이사장은 “새끼가 없는 수컷은 주로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며 “생태적 특성과 먹이 탐색, 호기심 등으로 장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육안상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여우의 목에 부착된 위치추적장치로 이동 경로를 24시간 파악하고 있으며, 서식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여우를 목격했을 때 주의사항과 안전사고 예방 수칙을 전파하고 있다.
무인카메라에 잡힌 여우(SKM-2121). 국립공원공단 제공
여우 복원 사업은 2012년 시작됐다. 현재 야생에서 사는 여우는 74마리로, 방사된 여우는 57마리,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는 17마리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여우는 소백산을 중심으로 차츰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소백산 근처에서 사는 ‘정착형 개체군’이 있고, 단양, 영월 등지로 이동했다가 다시 소백산 근처로 돌아와 사는 ‘귀소형 개체군’ 그리고 평창, 경주 등으로 가서 서식하는 ‘장거리 이동형 개체군’이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여우가 사람을 공격한 적이 거의 없지만, 여우와 마주쳤을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먹이 주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고 그 공간을 조용히 벗어나야 한다고 환경부는 당부했다.
지난겨울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SKM-2121)가 부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