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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호 온 바닷새 쇠제비갈매기야, 걱정마렴. 인공섬 마련했단다”

등록 2022-09-08 07:00수정 2022-09-08 09:49

인터뷰|‘쇠제비갈매기의 귀향’ 신동만 피디
안동호 물에 잠겨 집 잃은 쇠제비갈매기
다큐 찍다가 인공섬 만들어 맞이하기까지
“우리가 노력하면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어”
안동호의 인공섬에서 쇠제비갈매기가 새끼들에게 빙어를 먹이고 있다. 원래 바닷가 모래밭과 강 하구의 모래밭에 사는 이 바다 철새는 멸치를 주식으로 하는데, 안동호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빙어를 먹는다. 한국방송 제공
안동호의 인공섬에서 쇠제비갈매기가 새끼들에게 빙어를 먹이고 있다. 원래 바닷가 모래밭과 강 하구의 모래밭에 사는 이 바다 철새는 멸치를 주식으로 하는데, 안동호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빙어를 먹는다. 한국방송 제공

경북 안동시 안동호의 인공섬에는 쇠제비갈매기가 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먼 거리를 날아온 여름 바다철새가 산 속 호수에 둥지를 튼 이유는 무엇일까? 서식지를 잃고 찾아온 불청객을 주민, 언론인, 정부가 지나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신동만(57) 한국방송(KBS) 피디가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와 인연을 맺은 건 우연이었다. 경기 시화호의 쇠제비갈매기, 뿔논병아리 등을 5년 동안 관찰한 다큐멘터리 <비와 생명>(2014)를 내놓은 직후였다. 그 무렵 낙동강 하구 모래밭에 대규모로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가 개발 사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쇠제비갈매기 수십 마리가 안동호에 있는 두 모래섬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식지를 잃은 새들이었을까?

그 뒤 신동만 피디는 ‘KBS 스페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비밀’(2018)를 통해 안동호 모래섬에서 살아가는 쇠제비갈매기의 삶을 기록했다. 호수 한가운데 고립된 좁디좁은 모래섬. 수리부엉이의 공격을 받아 전멸할 뻔하고, 한밤중 장맛비에 호수 수위가 불자 모래섬을 탈출하는 새끼들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9년 프랑스 아베빌에서 열린 ‘새와 야생동물 페스티벌’에서 국내 최초로 야생동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안동호에 조성된 인공 모래섬. 물에 뜨는 바지선 형태로 제작됐다. 한국방송 제공
안동호에 조성된 인공 모래섬. 물에 뜨는 바지선 형태로 제작됐다. 한국방송 제공

신동만 피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했다.

“과거 10년 동안의 안동호 수위 자료를 보니까, 10년에 한 번은 잠기더라고요. 앞으로 쇠제비갈매기의 집이 없어지는 셈이었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안동에 있는 사람들과 뜻을 모았다. 플라스틱 통 수백 개로 부유시설을 만들어 호수 위에 띄우고 모래를 깔았다. 2019년 봄 오스트레일리아에 날아온 쇠제비갈매기들은 다행히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시민단체 ‘쇠제비갈매기의 꿈’이 만들어져 함께했다. 안동시와 환경부도 화답했다. 호숫물이 출렁거려도 잘 안 움직이는 바지선 형태로 인공 쌍둥이섬을 만들어 띄웠다. 수리부엉이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와 모래 둔덕도 좀 더 나은 형태로 만들어줬다. 쇠제비갈매기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수상 가옥이 탄생한 것이다.

“환경 다큐를 만들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큐를 찍으면서 그걸 경험한 거예요. 내 인생에 축복이 온 거죠.”

어미 새가 먹이를 이용해 새끼에게 비행을 가르치는 모습 등 소중한 장면을 담았다. 올해 쇠제비갈매기는 안동호에 25쌍이 찾아와 둥지를 틀었고, 새끼 72마리가 알에서 깨어 겨울을 나러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갔다. 한 피디가 이야기를 건져 올렸고, 사람과 사회가 변했고, 쇠제비갈매기의 안전한 삶이 지속됐다. 내륙에서 사는 쇠제비갈매기 집단은 안동호 무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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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제비갈매기의 귀향>의 제작을 맡은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염상섭 피디가 연출을 맡았고, 신동만 피디는 현장을 오가며 프로듀서로 총지휘했다. 쇠제비갈매기의 절박한 삶과 이것에 응답한 사람들의 기록은 추석 특별기획 자연 다큐멘터리 ‘쇠제비갈매기의 귀향’을 통해 볼 수 있다. 9일 저녁 7시10분 한국방송1 채널에서 방송된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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