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전에 배우지 않더라도 침팬지, 보노보 등의 몸짓을 보고 그 뜻을 이해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종종 간과되지만 우리 인간은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와 같은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대형 유인원이다. 수백만 년 전 초기 인류는 다른 유인원과 달리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진화했고 언어를 갖게 됐다. 그 전까진 다른 유인원처럼 음성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유인원 사촌들’의 몸짓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연구진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직접 몸짓의 의미를 묻는 조사를 벌였다.
영장류학자 커스티 그레이엄과 캐서린 호베이터 박사는 온라인 누리집
‘유인원 사전’(The Great Ape Dictionary)를 개설하고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침팬지와 보노보의 몸짓을 보고 뜻을 맞추도록 하는 퀴즈를 2017년 공개했다. 영국 국영방송 비비시(BBC) 라디오4에 연구가 소개되자 17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퀴즈에 답했다.
성적은 어땠을까. 연구를 위한 퀴즈 참여는 끝났지만, 재미로 풀어볼 수 있는
‘미니 제스쳐 게임’을 비비시가 제공하고 있다. 결과를 보기 전 직접 답해보자.(
링크: https://url.kr/1ueshy)
영국 국영방송 비비시는 연구 참가자가 풀었던 퀴즈 일부를 발췌해 서비스 하고 있다. BBC 갈무리
연구진은 참가자 중 퀴즈를 다 푼 5656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지난 24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은 침팬지와 보노보가 하는 몸짓의 의미를 절반 이상 알아맞혔다.
참가자들에게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의사소통이 담긴 영상 20편이 제시됐다. 영상에는 유인원들이 ‘그루밍해 줘’ ‘친하게 지내자’ 혹은 ‘그 음식 좀 줘’와 같이 가장 일반적인 뜻을 전하는 몸짓 10가지가 담겼다.
퀴즈는 두 가지 버전이 임의로 제공됐다. 한 그룹은 아무런 설명이 없이 영상만 제공하고 4가지 예시 중 답을 고르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동작에 대한 묘사와 이전 상황(쉬거나 먹는 것)에 대한 설명을 퀴즈에 포함한 뒤 답을 택하도록 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연구진은 ‘유인원 사전’ 누리집에 퀴즈를 공개해 참가자들이 영상을 보고 몸짓의 뜻을 알아맞히도록 했다. 커스티 그레이엄 제공
그 결과 상황 정보가 제공된 경우에는 평균 57.3%, 그렇지 않은 경우엔 52.1%의 정답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상황 정보가 제공되었든 그렇지 않았든 침팬지와 보노보의 몸짓을 이해했다. 정보가 제공된 경우에도 약간의 개선만 있었을 뿐”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또 참가자의 정답율이 사지선다 퀴즈에서 무작위로 찍었을 때 나오는 평균 정답율 25%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인간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한다. 가령 손가락을 펴 입술에 가져다 대면 ‘조용히 하라’는 뜻이 되고, 손바닥을 뒤집어 안쪽으로 반복적으로 접으면 ‘나에게 달라’는 의사가 전달되는 것과 같다.
특히 아기들은 이런 몸짓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 연구에 참여한 호베이터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1~2살의 유아가 사용하는 몸짓의 89%가 전 연령대의 침팬지에게서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 주저자인 그레이엄 박사는 “사람은 나이가 들며 음성 언어가 몸짓을 대체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보여지듯 우리가 더이상 유인원의 몸짓을 표현하지는 못해도 여전히 그 뜻은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인류는 멋진 존재지만 우리만 독특한 것이 아니다. 침팬지와 우리의 몸짓 유사성이 얼마가 되었든, 우리가 침팬지의 몸짓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유인원과 우리가 다른 점보다는 유사한 점이 더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DOI: 10.1371/journal.pbio.3001939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