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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사하라 한복판서 집 찾는 사막개미,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완료

등록 2023-06-01 14:17수정 2023-06-09 13:18

[애니멀피플]
개미굴 옆에 흙더미 쌓아서 표시
흙더미 없으면 길 잃을 확률 400%까지 높아져
길 찾기의 귀재라 불리는 사막개미가 개미굴 근처에 모래언덕을 쌓아서 길을 표시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길 찾기의 귀재라 불리는 사막개미가 개미굴 근처에 모래언덕을 쌓아서 길을 표시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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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사하라에 사는 사막개미(Cataglyphis fortis)는 길 찾기의 귀재다. 사막개미들은 방향을 참고할 만한 것이 없는 사막에서 태양의 위치를 이용해 방향을 감지하고, 개미굴의 냄새 그리고 동료 개미들의 페로몬을 맡고 집을 찾아간다. ‘살아있는 내비게이션’이라 불리는 이 동물의 능력에 길찾기 비법이 한 가지 더 추가됐다. 스스로 ‘랜드마크’(상징물)을 짓는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연구진에 따르면, 튀니지 소금사막에 사는 사막개미들이 먹이를 찾으러 갔던 동료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개미굴 근처에 흙더미를 만든다. 더미가 사라지거나 지표로 삼을 만한 지형물이 사라졌을 때면 즉시 새로운 모래 언덕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31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사막개미는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몹시 더울 뿐 아니라 물, 식물도 거의 없는 척박한 사막 깊숙한 곳으로 매일 사냥을 나간다. 개미들은 죽은 절지동물 등을 채집하는데, 1.5㎞가 넘는 거리로 먹이를 구하러 나간다. 그러나 진짜 시련은 먹이를 구한 뒤 시작된다. 탈진하거나 타 죽기 전에 엄지손톱만 한 개미굴 입구를 찾아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사막개미들은 방향을 참고할 것이 없는 사막에서 태양의 위치를 이용해 방향을 감지하고, 개미굴의 냄새 그리고 동료 개미들의 페로몬을 맡고 집을 찾아간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사막개미들은 방향을 참고할 것이 없는 사막에서 태양의 위치를 이용해 방향을 감지하고, 개미굴의 냄새 그리고 동료 개미들의 페로몬을 맡고 집을 찾아간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그동안 사막개미 연구를 이어왔던 연구진은 개미굴 옆에서 크기가 다른 흙더미들이 발견되는 것에 집중했다. 관목으로 뒤덮인 지역에서의 흙더미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주변이 평탄한 곳에 위치한 개미굴 주변에는 높이 25㎝가 넘는 언덕이 만들어져 있었다. 연구진은 흙더미에 어떤 용도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먼저 이들은 지피에스(GPS)를 통해 곤충들의 움직임, 위치 등을 관찰했다. 먼저 확인한 것은 개미들이 기존에 알려진 사냥 거리보다 먼 거리인 2㎞까지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망률도 관찰됐다. 먼 거리를 이동했던 개미 중 약 20%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무더위 속에서 죽었다.

연구진은 흙더미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16개의 개미굴을 관찰했다. 흙더미가 있는 곳은 더미를 제거한 뒤 그냥 두었고, 다른 곳은 흙더미를 제거한 대신 검은 구조물을 세웠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마르쿠스 크나덴 박사는 “동물이 어떤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는지 아닌지 알기란 무척 어렵다. 사막 한가운데에 흙더미가 생긴 것이 단순히 토양 구조나 바람 때문인지 개미가 의도적으로 지은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흙더미를 제거한 굴 입구에 인공적인 조형물을 세웠다. 인공물이 설치된 개미굴의 개미들은 새로운 언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흙더미를 제거한 굴 입구에 인공적인 조형물을 세웠다. 인공물이 설치된 개미굴의 개미들은 새로운 언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마르쿠스 크나덴/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제공

연구 결과, 흙더미를 제거한 굴의 개미들은 집으로 제대로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250~400%까지 증가했다. 흙더미가 사라지자 굴에 남아있던 개미들이 밤을 새워 다시 언덕을 재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흙더미를 제거한 자리에 인공적인 구조물을 세운 개미굴에서는 새로 언덕을 만드는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 흙더미가 길을 찾는데 중요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마릴리아 프레이레 연구원은 “개미들이 언덕을 재건한 것은 굴에 있는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채집 개미가 적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입구에 흙더미 쌓는 활동을 증가시켰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미는 집단으로 행동하며 군체 내에서 역할에 따라 노동을 분업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먹이를 구하러 가는 개미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구성원이고, 집을 짓는 것은 주로 어린 개미들이다. 그러나 두 그룹 사이에서 어떻게 정보 교류가 일어나 ‘집단 지능’이 발휘되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3.05.019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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