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쪽에 독특한 점 무늬를 지닌 아프리카펭귄은 자신의 짝을 점 패턴으로 구별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크리스티나 필렌가·주마린 동물원
아프리카 남쪽 해안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펭귄은 무리 생활을 하며, 평생 한 짝을 배우자로 삼는다. 그런데 펭귄들은 많은 무리 가운데 서로의 짝을 어떻게 알아볼까. 과학자들은 몇 년 전 아프리카펭귄이 울음소리와 외모로 상대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는데, 이번에는 펭귄들이 가슴과 복부에 있는 고유한 점의 분포 상태로 서로를 알아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루이지 바치아돈나 박사후연구원과 연구진은 “아프리카펭귄은 서로를 인식할 때 복부에 있는 점 패턴에 크게 의존한다. 그동안 펭귄의 의사소통에서 시각은 제한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왔으나, 실험 결과 펭귄들은 특정 시각 단서에 근거해 개체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 행동’ 최근호에 공개됐다.
펭귄이라고 하면 대부분 남극에 서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아프리카펭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해안에 주로 서식하며 일부는 나미비아의 해안에서도 서식 중이다. 울음소리가 당나귀와 비슷하다고 해서 ‘자카스펭귄(Jackass Pengui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프리카펭귄들은 다른 펭귄들과 유사하게 일부일처제로 암수가 한 쌍이 되어 번갈아 가며 알을 돌보고 부화시킨다. 무리 생활을 하는 사회적인 동물로, 시각 인식 능력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주마린동물원의 성체 아프리카펭귄 12마리가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 영역에 조건을 달리한 두 펭귄의 사진을 붙인 뒤 펭귄이 배우자를 인식하는지 평가했다. 루이지 바치아돈나·토리노대학교
바치아돈나 연구원은 지난 2021년 아프리카펭귄들이 바위가 많고 바람, 파도 소리가 시끄러운 해안가에서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주마린동물원(Zoomarine)에서 펭귄들이 각각의 울음소리와 외모를 연결지을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연구 결과 펭귄들은 방금 곁에 있던 펭귄의 울음소리와 무작위로 들려준 울음소리의 주인을 구별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펭귄이 얼마나 시각적인 근거로 상대를 알아보는지 아닌지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펭귄이 가슴과 배 쪽 깃털에 독특한 점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아프리카펭귄들은 생후 3~5개월이 되면 고유한 패턴의 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매년 털갈이를 하더라도 이 점의 위치는 평생 바뀌지 않는다. 사육사들 또한 이 점으로 펭귄 개체를 구분한다.
연구진은 펭귄들이 이 점무늬로 서로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주마린동물원의 성체 펭귄 12마리에게 조건을 달리한 실물 크기 펭귄 사진을 보여주며 반응을 살폈다.
먼저 실험 공간에 두 장의 펭귄 사진을 붙인 뒤 펭귄의 각자의 배우자를 알아보는지 살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배우자와 배우자가 아닌 사진을 붙여서 이를 구별하는지 평가했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점 패턴이 개체 인식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두 장 모두 배우자의 사진을 붙이되 한 장은 배의 점을 포토샵으로 지운 채 보여줬다. 세 번째는 점을 지운 배우자 사진과 배우자가 아닌 사진을 같이 붙여놨다.
조건을 달리한 펭귄 사진들. 첫번째 실험(a)에서는 배우자와 배우자가 아닌 사진으로 반응을 살폈고, 두 번째 실험(d)에서는 배우자의 사진에서 점을 지운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보여줬다. 세 번째 실험(g)은 배우자를 알아보는데 점 패턴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배우자 펭귄과 아닌 펭귄의 점을 모두 지우고 선호도를 살폈다. 루이지 바치아돈나·토리노대학교
실험 결과 펭귄들은 첫 번째 실험에서 배우자의 사진을 더 오래 바라보다가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같은 배우자의 사진이지만 배의 점을 지운 두 번째 실험에서 펭귄들은 점이 그대로 남아있는 배우자를 더 오래 바라봤다. 그러나 배우자든 배우자가 아니든 점을 지운 세 번째 실험에서는 두 사진에 별다른 선호도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에는 수컷 7마리, 암컷 5마리가 참여했는데 연구진이 두 성별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험 결과에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펭귄이 다른 펭귄의 몸 전체를 봐야만 상대를 인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실험에서도 펭귄들은 머리만 보았을 때는 배우자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머리 아래를 보여줬을 때는 배우자의 이미지를 더 오래 바라봤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펭귄이 배우자를 시각적으로 인식할 때 배의 점 패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바치아돈나 연구원은 펭귄들이 크고 시끄럽고 붐비는 서식지에서 자신의 둥지를 찾으려고 할 때 배우자를 찾는 시각적 능력은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펭귄이 걸을 때 뒤뚱거리고 발에 걸려 넘어지는 등 어리숙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세 가지 실험을 통해 펭귄이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매우 영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인용 논문 : Animal Behaviour, DOI: 10.1016/j.anbehav.2023.10.005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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