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을 만났을 때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으면 더 쏘이기 쉽다. 다리 쪽을 공격하는 장수말벌에게 머리를 바치는 식. 20m 이상을 달려 말벌집에서 멀리 도망갈 것을 권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을철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적인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실험한 결과, 머리 쪽 보다는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말벌이 머리부터 공격하는 것과 달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5월부터 9월 초까지 경주 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성향을 실험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그 결과 장수말벌은 땅속 벌집 주변에서 발생하는 약한 진동에도 수십 마리가 벌집 밖으로 나오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벌집에서 가까운 사람의 다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며 이후 사람의 행동에 따라 몸 전체를 공격했다. 결국 땅을 밟는 등 직접 충격을 주는 행위나 자극하는 큰 움직임이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높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말벌 종류별 벌 크기, 장수말벌이 가장 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장수말벌은 검은색, 갈색, 빨간색, 노란색과 초록색, 흰색 순서로 공격했다. 일반 말벌과 같았다. 검은색이나 갈색에 대해 공격성이 강한 이유는 곰, 오소리, 담비 등 야생동물 천적의 색상과 같기 때문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밝은 계열의 등산복, 등산화 등을 착용해야 말벌의 공격을 덜 받을 수 있다.
정종철 국립공원연구원 생태연구팀장은 “땅속에 있는 장수말벌 집을 건드렸을 때 그 자리에서 벌들을 털어내려고 다리로 쿵쿵 딛거나 팔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라며 “벌이 날아오르면 무조건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빠르게 벗어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말벌이 검은색 털 뭉치에 주로 붙어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장수말벌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나무뿌리나 구덩이 속 폐쇄적 공간을 이용해 집을 짓는다. 벌무리의 크기가 클 때는 벌방의 수가 2000~4000개에 이른다. 비행속도는 다른 종보다 느리지만 큰 턱이 잘 발달해있다. 늦여름과 초가을 무렵 꿀벌의 둥지에 침입해 이들을 물어 죽여 양봉가에 피해를 준다. 장수말벌은 꿀벌의 독보다 수십 배 강한 독을 갖고 있어 쏘이면 사망까지도 할 수 있다. 만약 말벌에 쏘였을 경우 벌침을 빼려고 하기보다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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